고객 상담부터 직원 인사까지···은행권에 부는 AI 바람

KB국민은행, AI 알고리즘 시스템 기반으로 인력 배치···“직원 만족도 높아” 신한은행, 첨단 기술 결합 ‘AI 컨택센터’ 구축 예정···금융위, AI 활성화 방안 마련

2020-07-18     이기욱 기자
/사진=시사저널e

최근 은행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인공지능(AI)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시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각 은행들은 AI 음성봇을 활용하는 고객상담 서비스부터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내부 직원 인사까지 다양한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새롭게 실무협의단을 조직해 AI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하반기 인사에서 혁신적인 실험을 단행했다. 약 1100명에 대한 인사 과정에 AI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AI가 임직원들의 근무 선호 지역, 특성 등을 분석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중 AI 기술을 인사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민은행이 최초다.

이번 ‘AI 인사’는 올해 초 허인 국민은행장이 예고한 ‘HR Deep Chang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허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KB’를 위한 ‘HR Deep Change’ 프로젝트도 올해는 많은 진척이 있을 것”이라며 “사람 손이 아닌 AI 기반의 알고리즘에 의한 영업점 이동·배치가 시도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주지와의 거리, 업무 경력, 보유 자격증 등을 고려한 인력 배치에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서 시범 시행을 해본 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AI기술을 직원 인사에 도입하게 됐다”며 “인사담당 부서의 업무 부담 경감, 적재적소에 인력 배치 등 많은 긍정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새로운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9월 별도의 자회사 ‘신한AI’를 출범시키며 AI 기술 개발 및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25일 음성봇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상담을 지원하는 ‘AI 상담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AI 상담서비스는 고객 전화 문의를 AI 음성봇 ‘쏠리’가 응대하는 기술로 대기시간 없이 필요한 내용을 고객들에게 바로 안내할 수 있다.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한 고객이 직원 상담을 원할 경우 최적의 상담직원에게 바로 연결 가능하며 이때 고객은 용건을 다시 말하지 않아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상담사와 연결되기까지 평균 2~3분 가량의 ARS 음성 안내를 들어야 했지만 AI 도입으로 약 40초만에 전문 상담사와 연결을 할 수 있게 됐다. 거래내역 팩스 신청, 자동이체 등 간단한 업무는 모바일 뱅킹 등으로 고객이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알림톡도 보내준다.

신한은행은 고객상담센터 일부 회선에 AI 상담서비스를 시범 도입해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점차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상담센터도 ‘AI 컨택센터’로 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언택트 시대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될 AI 컨택센터는 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상담센터의 완결판이 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 28일 인공지능(AI) 기반 ‘상담사 스케줄 자동 관리 장치 및 방법’의 BM특허(비즈니스모델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상담사 스케줄 자동 관리 장치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담 업무량 예측모델을 생성하고 생성된 예측모델을 통해 콜량을 예측한 후 이를 토대로 상담사 스케줄(교육, 휴가, 출장 등)을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농협은행은 AI가 통화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도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위험도(경계·심각)를 팝업창 알림, 진동, 경고음성 등으로 안내해주는 보이스피싱 예방앱 ‘NH피싱제로’도 새롭게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AI 사업 강화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치열해져가는 금융 기술 경쟁을 선도하기 위해 AI 사업부를 신설하고 AI 신기술의 은행사업 적용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향후 우리은행은 은행에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를 인공지능화할 방침이며 특히 비대면 영업 과정에서 소홀해질 수 있는 내부통제 영역을 AI 기술을 통해 집중 보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은행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금융분야 AI 활성화 워킹그룹(실무협의단)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의 주관으로 만들어진 워킹그룹은 산하에 ▲법·제도 분과 ▲인프라 분과 ▲소비자보호 분과 ▲레그테크·섭테크 분과 등 4개 분과로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보안원과 금융결제원, 금융감독원이 분과 간사를 맡고 유관기관과 금융회사, AI 전문기업, 학계·법조계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한다.

법·제도 분과에서는 AI 활성화를 저해하는 금융 규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발굴할 예정이며 인프라 분과에서는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이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소비자보호 분과에서는 AI 오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 책임 주체, 구제절차 등 기준을 마련하고 레그테크·섭테크 분과는 AI를 통한 감독 효율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AI 활성화 워킹그룹은 연말까지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