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나란히 선 조현식·조현범 한국타이어 형제···“1심 양형 무거워” 주장
항소심 첫 재판, 다른 쟁점 없이 양측 모두 양형 부분 재판단 요구 검찰 “조현범, 적극적으로 돈 요구하고 범죄 교사···실형 선고해야” 재판 마무리하고 선고 기일 추후 지정···조현식 재판만 한번 더 진행 조양래 둘째 딸 조희원, 조현식 범죄 관련 증인으로 채택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1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형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동생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각각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최병렬·유석봉·이관형 부장판사)는 17일 두 사람과 한국타이어 하청업체 A사 대표 이아무개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판사 1명이 심리하는 지법 단독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은 이들은 고등법원이 아닌 지법 항소부에서 2심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범죄액수가 큰 조현범 사장에 대해 먼저 “피고인은 대기업 오너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빼돌렸고, 차명계좌를 통해 범죄수익을 숨겼다”며 “검찰은 피고인의 유리한 사정까지 고려해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1심은 이와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1억원 이상 배임수재 범죄는 징역 3년에서 5년이 선고되고,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범죄를 교사하는 등 가중요소가 많은데도 양형 최하한이 적용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1심 판결은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조현식 부회장에 대해서도 “한국타이어 대주주로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누나를 고위직으로 등재하고 임금을 횡령했다”며 “이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1심의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는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반면 두 형제는 1심 판결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조현범 사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인정하면서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해를 끼친 범죄가 아닌 점, 한국타이어 발전에 헌신한 점을 감안하면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조현식 부회장 측 변호인도 “원심은 일반 기업의 전형적인 횡령 범죄 양형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누나 아들(조카)의 미국 장기치료를 위해 범죄를 한 것으로 일반적인 기업자금 횡령 범죄와 달리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이 경제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고, 사건의 동기와 횡령 범의(범죄 또는 불법행위의 성립요소인 사실에 대한 인식)도 미약한 점을 고려하면 벌금형 선고가 적절하다”며 “검사의 항소이유를 기각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추가로 제출할 증거가 없다고 하자 조현범 사장과 A사 대표의 재판을 마무리했다. 반면 조현식 부회장 측이 누나인 조희원씨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여 한 기일을 더 열기로 했다.
검사는 1심과 같이 조현범 사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최후변론에서 조현범 사장은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며 “4개월 수감기간과 재판 동안 제 잘못을 반성하며 어떤 사람으로 살지 많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1심 재판 탄원서를 통해 약속한 3가지 중 하나를 실천하기 위해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며 “앞으로 사회 구성원과 경영진으로서 조금이나마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매순간 노력하겠다. 최대한 자비와 선처를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동생은 4개 혐의, 형은 1개 혐의로 기소···1심서 집행유예 선고
조현범 사장은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금융실명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총 4개 혐의를 받는다. 10년 가까이 하청업체 A사와 계열사 B사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총 수억원을 차명계좌로 받고, 차명계좌를 통해 사용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18년 1월부터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을 겸직하면서 실질적으로 한국타이어의 자금관리, 인사, 구매 및 마케팅, 계열회사 관리 등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그는 2008년 4월 한국타이어의 관계회사인 A사를 통해 매월 일정한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해 차명계좌를 통해 수수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부탁해 지인의 매형 명의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조 사장은 이때부터 2018년 6월까지 10여년 간 A사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123회에 걸쳐 합계 6억1500만원의 돈을 받았다(배임수재).
조 사장은 또 가족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 사옥 등 시설관리용역업체 B사로부터 2008년 5월~2013년 2월 매월 300만원씩 61회에 걸쳐 1억 7700만원을 송금 받아 임의로 사용한 혐의(법인자금 횡령)도 받는다. B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던 중 B사 대표이사로부터 2014년 5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매월 200만원씩 43회에 걸쳐 총 8600만원을 송금 받아 임의로 사용한 혐의(법인자금 횡령)도 있다.
조 사장은 누구든지 탈법행위를 위해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면 안 되는데도 차명통장으로 돈을 받고 배임수재 또는 횡령금액을 유흥비로 사용하기 위해 고급주점 여종업원의 부친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주점 측으로 제공받은 혐의(금융실명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받는다.
1심은 조 사장의 혐의 전부에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구매담당임원을 시켜 장기간 비자금을 마련해 온데다가 그 수수 금액도 매우 크다”며 “A사와 지속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사실상 남품관련 업무상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볼 수 있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렸고, 그 범죄수익 사실을 가장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구속기소됐다가 4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사장에 대한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사 대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현식 부회장은 업무상횡령 혐의를 받는다.
조 부회장은 2012년부터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8년 3월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자금 관리, 회계 등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누나인 조희원이 이 회사에 근무한 적이 없는데도 조희원을 회사원으로 등재해 근무한 것처럼 가장하고 조희원으로 하여금 가공급여를 지급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실제 조희원이 201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월급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은 1억10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희원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소비했다.
1심은 “피고인은 누나의 이익을 위해 가장 채용하는 형식을 취해 가공인건비 명목 등으로 회사 금원을 횡령하고 그 피해 금액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