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먹방 최태원, 현대百 쇼핑 정용진···틀을 깬 오너들

근엄함 벗고 친숙하게 다가온 최태원···경쟁사 문턱 넘고 SNS 게재한 정용진

2020-07-18     김도현 기자
최태원 SK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SK,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틀을 깨고 있다. 근엄할 것만 같은 이미지에서 탈피해 소탈하고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하면, 경쟁사를 방문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본인의 SNS에 올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룹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후문이다.

틀을 깬 첫 번째 주인공은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근 최 회장은 사내방송에 출연해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을 선보였다. 영상에서 최 회장은 본인이 선호하는 면발의 익힘 정도와 계란을 첨가하는 방법, 선호하는 곁들임 김치 등을 소개하며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

SK이천포럼의 서브포럼 홍보차원에서 진행된 이번 영상과 관련된 소식이 전해면서 이른바 ‘최태원 회장의 라면먹방’은 일약 이슈로 떠올랐다. 회사 내부에서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회장님’이 직접 출연해 라면을 먹는 모습만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는 반응들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SK이천포럼 행사 준비 회의실을 방문한 그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회사 안팎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활짝 웃으며 멋쩍어 하는 최 회장과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말풍선과 자막들은 친밀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사실 최 회장의 대중적 이미지는 좋지 못하다. 재벌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사회적 풍토뿐 아니라 외도·혼외자·이혼소송 등의 개인사도 한 몫 했다. 잇따른 영상이 SK그룹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최 회장 개인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진 못했다. 다만 그룹이 준비하는 행사홍보와 SK 이미지 등은 상당히 개선시켰다는 평이 나온다.

재벌 총수들 중 SNS 스타로 손꼽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최근 높은 관심을 모았다. 팔로워 32만4000명을 자랑하는 그는 꾸준히 본인의 근황을 소개하면서도 이를 이용해 자사 제품들을 홍보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15일 정 부회장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자녀들과 모처를 방문하고 해물파스타를 먹은 일상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세 장의 사진과 함께 ‘#현판’이란 해시태그가 선명했다. 현판이란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일컫는다. 전날인 14일에는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호텔을 찾은 모습을 게재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유통업계 ‘빅3’로 꼽힌다. 더욱이 최근 신세계그룹은 호텔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호텔과 현대백화점그룹의 대표백화점으로 부상하는 판교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누리꾼들도 상당히 흥미로워 하는 모습이었다. 정 부회장을 형(兄)으로 칭하며 ‘형이 거기서 왜 나오느냐’는 식의 코멘트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사업에만 몰두할 것만 같은 기업인 이미지의 틀을 깬 오너들도 있었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자는 취지의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했다. 덕분에 챌린지는 일종의 릴레이 응원이다. 구호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의료진 등의 노력을 잊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다.

캠페인은 앞선 참여자가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윤 회장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의 지명으로 이번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 다음 챌린지 참여자로는 정진택 고려대 총장을 추천했다. 이익을 쫓을 수밖에 없는 기업인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