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안된다?···유명희 WTO 사무총장 도전에 日견제 심화
수출규제 제소 관련 피해 우려로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두고 일본의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일본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훼방을 놓는 분위기다.
25년간 통상 전문가 역할을 해 온 유 본부장은 일찌감치 WTO 사무총장 후보로 등록했다. 우리나라의 WTO 사무총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WTO 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의 방해가 만만치 않다.
일본은 WTO 사무총장 자리에 후보를 등록하지 않았다. 대신 한일 간 수출규제 판결 등에 방해가 될까봐 유 본부장의 당선만은 막는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 3개 품목 수출규제와 관련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상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0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와 관련해 “한국에서 출마한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일본으로서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며 “유 본부장은 일본의 대한 수출 엄격화에 강하게 반발하고 WTO 제소도 주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유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고 WTO에서 일·한 분쟁이 본격화하면 일본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WTO 사무총장전, 혼전 후보자 8명 가맹국 생각 교차’라는 기사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으나 유럽 국가들과 연대해 나이지리아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세계은행(WB)에서 25년 간 근무한 오콘지이웨알라 후보의 국제적 지명도가 높다”고 전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164개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 시켜 한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선출 과정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7일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WTO 사무총장 선출과정에 확실히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중견국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는 중견국이라는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점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유 본부장은 지난 12일 WTO 사무총장 후보로서 정견 발표를 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했다. 유 본부장은 “오래된 통상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서 WTO 개혁을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오는 15~17일에서 WTO 일반이사회에서 후보들의 정견발표과 질의응답을 들은 뒤 회원국들 간의 의견조율을 통해 1명의 후보자가 남을 때까지 압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는 11월에 결론이 날 예정이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현재 유 본부장을 비롯한 후보는 모두 8명이다. ▲헤수스 세아데 WTO 초대 사무차장(멕시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재무장관(나이지리아) ▲하미드 맘두 전 WTO 서비스국 국장(이집트)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대사(몰도바)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의장(케냐) ▲모하마드 알 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사우디아라비아)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장관(영국)과 유 본부장이 맞붙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