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이동걸 연임설 일축에 금융권 술렁···연쇄 이동 시작되나

“충분히 피곤하다” 연임 거절의사···은행연합회·한국거래소 등 행선지 거론 차기 산은 회장에는 김용범·손병두 등 물망

2020-06-23     이기욱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금융권 최대 거물급 인사 중 하나로 꼽히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거취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로 만약 연임이 되지 않을 경우 은행연합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의 임기와 맞물려 금융권 연쇄 인사이동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이 회장을 연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제기됐지만 최근 이 회장 본인이 연임 가능성을 부인하고 나서 산은 회장 자리는 교체로 점차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9월 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동걸 회장의 차기 행선지를 놓고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아시아나항공 매각,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 등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 회장이 산은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지난 1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주어진 임기에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CEO의 덕목”이라며 “"9월초까지는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다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어진 일에만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며 “지금 충분히 피곤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업계에서 제기되는 연임설에 대한 부담을 드러내고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직접 연임 가능성을 일축하자 자연스럽게 관심은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 회장은 1953년 출생으로 그리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청와대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거친 존재감을 고려하면 아직 금융권에 남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 회장 스스로도 ▲수출입은행-산업은행 통합 주장 ▲현대산업개발 연애편지 발언 등을 통해 금융권에 자신의 영향력을 적극 발휘하고 있다.

이 회장의 차기 행선지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전국은행연합회장이다. 김태영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11월에 만료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 국책은행장 출신이기 때문에 민간 은행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주요 경쟁 후보로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 행장은 지난 2015년 당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에 선임된 이후 2017년 3년 연임에 성공했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 왼쪽)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연합뉴스

오는 11월 1일 공석이 되는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도 이동걸 회장의 차기 행선지 후보 중 하나로 얘기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장을 지냈었던만큼 업무 적응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의 무게감만 따지면 장관급 인사로의 이동도 가능하지만 인사 청문회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기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차관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증권선물위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에 몸담고 있으며 손 부위원장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 사무처장 등을 지낸 후 김 차관의 후임으로 금융위 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의 경우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으며 손 부위원장의 후임으로는 김태현 현 금융위 사무처장의 승진이 점쳐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임기가 3개월 가량 남아 있고 그 어느때보다 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한만큼 이동걸 회장의 연임 여부도 쉽게 예단하기 이르다”며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이기 때문에 연임이 안되더라도 어디론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회장의 거취에 따라 시기상 다른 기관장급 인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추측들에 제기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