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온상 ‘부실한 하도급법’···정부·여당 그대로 방치
현행 하도급법 적용 범위 협소···전속거래 강요 금지 실효성 낮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솜방망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원청 기업의 단가 인하 압력 등 불공정 거래는 여전하다. 이중으로 어렵다. 정부의 기간산업 지원금도 원청의 갑질로 하청업체까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조선업종 하청업체 관계자 김아무개씨)
불공정거래의 온상으로 부실한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하도급법 개선을 방치하고 있다.
22일 하청업계에서는 현행 하도급법은 적용 범위가 협소하고 전속거래 강요 금지 실효성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실효성도 낮아 원청 기업과 하청 간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하청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더해 원청 기업의 갑질과 단가 인하에 따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도산 위험성 등을 확대시키고 기술혁신과 강소기업 출현도 어렵게 만든다.
이에 현장의 하청 중소기업들과 전문가들은 하도급법을 개정해 불공정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행 하도급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전속거래 강요 금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하도급법의 대상 범위가 협소해 원청 기업의 업종에 따라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하도급 계약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규정이 적용되는 업종은 공정위가 고시하는 물품의 제조, 판매, 수리, 건설로 한정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사업자가 자신의 업종과 다른 위탁 업무를 맡길 경우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에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는 업종을 제한하지 않아야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원사업자가 자신의 업종과 다른 위탁 업무를 맡길 경우 하도급법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하도급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이러한 부분을 방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서보건 법률사무소 다름 변호사는 원사업자의 범위를 중소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원청 기업이 중소기업인 경우에도 하도급 거래에서 불공정거래가 만연하다”며 “하도급법에서 기업규모 조항을 없애고 모든 하도급거래에 하도급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하도급법의 전속거래 강요 금지도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속거래 강요는 하청업체에 대한 부당한 단가 인하와 기술 탈취 등으로 이어진다. 이에 하청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된 금액을 받지 못해 기술혁신에 나서기 어렵다.
실제로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도급업체가 특정 원사업자와 전속거래를 할 경우 부당 경영간섭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는 비율이 비전속거래의 경우보다 11.7배나 많았다. 하도급대금 부당 감액은 전속거래의 경우가 비전속거래 시보다 4배 높았다. 부당 위탁취소나 부당 반품도 각각 8.8배, 11.3배 많았다.
현행 하도급법도 전속적 하도급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하도급법 특약에 하도급거래 강요 금지를 담는 방안이 제기된다. 원청과 하청의 계약서에 이를 담아 전속거래 강요 금지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 '징벌적 손해배상제' 유명무실
특히 불공정거래를 해소하기 위한 하도급법 개정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법원 판결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된 건은 1건이며 그 액수도 1.5배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손해배상 입증의 어려움과 소극적인 법원으로 인해 징벌적 손해배상이 유명무실해져 원청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어렵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확대하고 배상액도 현재의 3배에서 10배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사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법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통일적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하도급법에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의 기준인 통상 하도급대금과 손해배상액을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보건 변호사는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중소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크다. 이들은 부당한 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피해까지 여전히 겪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하도급법 전면 개정은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상법 일부 개정안을 추진중이나 하도급법 전부 개정안 추진 움직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