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1+1 재포장 금지 내년 1월로 연기···유통업계 ‘일단 안도’
재포장 금지 제도 집행 시기 내년 1월로 연기···세부지침 재검토 제조·유통사들, 유예 소식에 안도···“기존 묶음 할인서 낱개 할인 판매로 바뀌면 공정, 작업상 변화 많을 것” 환경부 “생활폐기물의 35%가 포장 폐기물···감축 필요”
환경부가 할인 및 판촉을 위해 포장 제품을 비닐 등 플라스틱으로 또 한 번 감싸는 ‘재포장 금지제도’의 집행 시기를 내년 1월 1일로 연기했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1+1·사은품·증정품 등 묶음 판매 금지가 내년으로 유예되면서 시간을 벌게 된 유통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아울러 향후 재포장 금지제도가 안착 돼 할인 및 기획 판매를 위해 묶음 포장돼 판매되던 제품들이 낱개로 판매하게 될 경우, 유통사의 매장 변화나 제조사의 생산 공정 수정 등 추가적인 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 재포장 금지 제도, 집행 시기 내년 1월로 연기
환경부는 22일 재포장 금지 제도(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의 세부지침 재검토 일정과 시행시기를 새로 수립해 발표했다. 재포장을 금지하는 시행규칙은 2019년 1월 입법 예고돼 관계 업계와 20여 차례 협의를 거쳐, 지난 1월 의견을 반영·개정된 바 있었다. 시행규칙 단서 조항의 재포장 금지 예외대상을 규정하는 고시와 관련해서는 지난 4월까지 연구용역을 거쳐, 지난 5월 행정예고됐다.
여기에서 ‘포장제품의 재포장’이란 포장되어 생산된 제품을 추가 포장하는 것으로 △단위제품, 종합제품을 2개 이상 함께 포장한 경우 △증정품·사은품 등을 함께 포장한 경우를 뜻한다.
다만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1+1 등 판촉을 위해 단위제품 등을 2개 이상 묶어 포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묶음 포장 할인을 규제한다는 오해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가이드라인 등에 적시할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에 대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보완된 세부지침과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사항들을 모두 논의 선상에 올려 3개월(7~9월)간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업계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3개월(10~12월) 적응 기간을 거치게 한다고 밝혔다.
현장 적응 기간 동안 도출된 문제점은 수정·보완한 후 내년 1월부터 본격 집행한다.
◇ 낱개 판매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날 환경부는 질의응답을 통해 재포장 금지 제도가 묶음 포장 할인에 대한 규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환경부는 “정부는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는 것”이라면서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은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0ml 우유의 1+1 할인 상품의 경우, 현재는 2개 제품이 하나의 비닐에 다시 한 번 재포장되던 것이, 재포장 금지 규제 시행 이후에는 낱개 제품 2개를 소비자가 각각 챙기게 된다. 즉, 할인이 원천적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구매 방법’만 바뀌는 것이다.
이번 규제가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 행위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유통사와 제조사 입장에서는 업무 방식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유통사와 제조사는 조율을 통해 기획상품 등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업태 특징에 맞춘 묶음 제품들을 만들어왔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포장 형태가 바뀐다고 하면 생산 공정을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을 한다. 영업 행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검토에 들어간만큼 계도 기간 동안의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도 “판매 방식이 바뀌면 점포의 모든 오퍼레이션도 바뀐다. 낱개 판매가 일반화되면 별도의 매대를 마련한다던가 하는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대량 묶음 판매 상품이 저렴하다는 고객들의 인식이 있는데, 재포장이 금지되면 가시적인 가격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 “생활폐기물의 35%가 포장 폐기물···감축은 필수 과제”
다만 유통업체 역시 최근의 친환경, 필환경 등 포장재 감축 트렌드에 응답하고 있는 추세다. 공정 및 업무 환경의 변화가 당장은 낯설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불가피한 미래인 셈이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되는 포장재 감축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과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유통과정에서 과대포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세부지침을 면밀히 보완해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라며 “묶음 포장재를 감축하는 정책목표는 묶음 할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며, 원래 목표했던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해 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