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택배’를 향한 이중적인 태도
쿠팡·롯데택배 직원 확진 사례로 생긴 택배 대한 부정적인 시선 없어져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사는 눈인사로 대체된지 오래고 쇼핑은 비대면으로, 택배를 받는 것은 일상이 됐다. 택배, 빠르고 편한 존재를 넘어 코로나 시대 필수적인 존재인데, 이중적으로 누군가에겐 불편한 존재로 여겨지는 듯 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택배 기사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문 앞에 둡니다”라는 문자를 일주일에 5번은 받는다. 그만큼 대면 접촉을 피하고자 택배 기사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 앞에 택배 상자를 두고 가는 일이 일상화된 것이다.
기자에게 택배 기사는 주문한 물건을 가져다주는 사람에 불과했다. 주문한 물건 배송이 조금이라도 늦어지거나 물건이 훼손되면 업체가 아닌 택배 기사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발단은 쿠팡 인천 물류센터였다. 이태원발 코로나19가 잦아들기도 전에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최근엔 롯데택배 물류센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사는 “배송 시켜도 될까?”였다.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직접 물류를 만지는 업무여서 택배를 받는 것에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쿠팡 직원의 모자와 신발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한다. 택배 배송을 꺼려지는 마음이 이해가기도 한다.
문제는 그 시선이 택배 기사에게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택배로 인한 전파 가능성은 매우 낮고, 관련 확진 사례도 없다”고 했지만, 소비자들은 확진자가 나온 업체에선 주문을 자제했고 택배 기사들은 더욱 비대면에 무게를 두는 듯 했다.
확진자를 피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택배 기사 자체를 바이러스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며칠 전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려고 하자, 택시 기사는 기자에게 “앞에 쿠팡 트럭 있으니까 좀 있다가 내려라”고 했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택배 기사의 출입을 막기 위한 공지를 붙인 사례도 있다.
금방 사그라질 듯 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곳곳에 전파되고 있다. 마침 이 글을 쓰던 중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가 여름을 맞아 약화되지 않고 있고, 온도 변화에 관계없이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장기간 유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곧 택배 기사들의 수고도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름은 물론 가을, 겨울에도 코로나19가 지속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 손 자주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라는 말은 지겹지만 이제 필수고 기자 역시 코로나19로 시작하는 기사를 향후 몇 달간 더 써야 하지만 택배를 향한 이중적인 시선이 지속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들을 향한 비상식적인 행위도 없어지는, 당연하지만 수준 높은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