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 ‘초기 문턱 높이고, 세금 폭탄까지’···기대보다 우려 큰 재건축 옥죄기

2년 만에 안전진단 강화···분양권 얻으려면 조합 설립 이후 2년 실거주해야 초과이익환수제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1인당 최대 7억원 “장기적으로 공급부족 불안감 조성···미래 집값 상승 압박 요인될 수도”

2020-06-17     길해성 기자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을 강화하고 초과이익환수제를 본격 시행하는 등 재건축 옥죄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재건축 사업의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재건축 개발의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한다고 나서면서다. 최근 목동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가격 급등 조짐이 보인데 따른 조치다. 아울러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부담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대표적인 주택공급 수단인 재건축 시장을 옥죌 경우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안전진단 강화, 목동 등 초기 재건축 단지 사업 타격 불가피

1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녹실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관리방안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 재건축부담금의 본격 징수 ▲ 2년 이상 거주 시 조합원 분양신청 허용 등 재건축 시장을 옥죄는 다양한 규제들이 담겼다.

특히 안전진단 강화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다. 안전진단 결과는 시설물의 상태에 따라 A~E 등급 등 5단계로 나뉘는데 D등급 이하부터 재건축이 가능하다. 정부는 재건축의 1차 안전진단 기관 선정과 관리주체를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도 시·군·구에서 시·도가 담당하도록 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한다. 행정이 지역주민의 입김에 좌우될 우려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 나선 것은 지난 2018년 2월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구조 안전성 평가 비중(20%→50%) 확대, 조건부 재건축 단지의 적정성 검토에 공공이 참여 등을 골자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2년 만에 안전진단 절차를 다시 강화한 이유는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양천 목동 6·11단지와 마포 성산시영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집값 급등 조짐이 보이면서다. 목동 6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호가가 3억원 가량 뛰는 동시에 매물이 실종됐고, 성산시영은 올해 4월까지 7억~8억원에 거래되던 물건이 지난달 말 10억원 신고가에 팔리면서 강북 ‘1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 자료=국토교통부

아울러 이번 방안에는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얻으려면 2년 이상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서는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 소유자인 조합원에게 누구나 분양신청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실거주자의 주거지가 아닌 투자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년의 기산 시점은 소유한 주택의 소유 개시 시점부터 조합원 분양신청 때까지다. 적용 시점은 오는 12월 법 개정 이후 최초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사업부터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단기적으로 투기수요를 막고 호가를 잠시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진단 추진 등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양천 목동 6단지와 마포 성산시영 등 일부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재건축 초기 단지들의 속도제어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규제로 목동은 물론 1980년대 준공된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등 재건축 사업지들의 정비사업 움직임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4만1562가구에서 내년 2만4040가구로 크게 축소되는 만큼 꾸준한 임대주택 공급 외에도 정비사업 정상화를 통한 도심 속 공급확대 방안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화이익환수제 본격 시행,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부담금 폭탄’ 예고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고 50%를 국가가 현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 9월 전국적인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도입한 뒤 경기 침체를 이유로 2012년 12월부터 유예돼 오다 2018년 1월부터 다시 시행됐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작년 12월 27일 ‘합헌’ 판결을 받자 본격 시행에 나섰다.

/ 자료=국토교통부

초과익환수제가 현실화 될 경우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부담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강남 5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최저는 2억1000만원, 최고는 7억1000만원에 달했다. 그 외 강북 단지는 1인당 1000만~1300만원, 수도권(경기·2개 단지)은 60만~4400만원을 부담한다. 재건축 부담금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연립’(17억원),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4억원)을 시작으로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60여 개 재건축 사업장에 2500억원 규모의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초기 단계부터 규제하는 것은 공급부족에 따른 불안감을 더욱 야기시켜 새 아파트 가치를 더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주민들이 이를 피할 목적으로 사업추진이 수월했지만 시행 이후에는 환수 금액 추정치에 따라 주민협의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강남4구 새 아파트 공급에 절대적인 요소인 재건축 추진 지연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향후 강남 집값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