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딱” vs “제도 악용”···수심위 앞두고 삼성·검찰 여론전 ‘치열’
수심위 소집 여부 결정하는 부의위 11일 비공개회의 박준영 변호사 “수심위 취지, 복잡한 사건 심의하려던 게 아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계속 수사 및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 여부 결정을 앞두고 삼성과 검찰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 측은 수사심의제도가 이 부회장에게 딱 맞은 제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이 부회장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검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부의위)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이 신청한 수심위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부의위는 서울고검 산하 검찰청 검찰시민위원 150여명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시민 위원 15명으로 구성된다. 수사팀이나 피의자, 변호인 등 당사자 출석 없이 위원들이 사건 기록과 의견서만 보고 수심위 개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각각 30쪽짜리 의견서를 시민위원들에게 제출하게 되는데,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사건 개요와 쟁점이 요약돼 담긴다.
이 부회장 측은 인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수심위 검토를 받게 해달라는 내용을, 검찰은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온 만큼 수심위를 소집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각각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호 여론을 만들기 위한 양측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구속 영장 기각 후 삼성 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배포했다. 외신 등 이 부회장에게 우호적 입장을 뒷받침하는 부분들, 영장 기각이 소명 부족 때문이라는 점 등을 강조하고 나섰다.
영장전담 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 재판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 등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를 재판과정에서 가려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변호인들은 재차 입장문을 통해 “(영장법관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부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또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국민들의 참여로 기소여부 등을 심사하자는 수심위제도 취지에 삼성사건이 가장 잘 맞는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면 수심위 심의를 왜 피하려 하는가”라며 검찰을 공격하기도 했다.
검찰도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부회장의 수심위 신청에 대한 전격적인 반격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수사와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던 검찰이 내놓은 이례적인 입장문이었다.
검찰은 “분식의 규모, 죄질,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감안해 ‘피의자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전에’ 이미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하고 검찰총장에게 승인을 건의했다”며 “총장의 최종 승인 이후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의위 소집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적정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에 검찰 수사팀이 수사해 (기소를)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 피의자들이 수심위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우려 또한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전 강원랜드 사건의 수사결과를 심의하는 전문 자문단, 수심위 설치를 권고하는 검찰개혁위원회 의결과정에 참여했다는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부회장의 수심의 부의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그는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이 작성한 기록을 며칠 동안 완독하고 속속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강원랜드 사건은) 직권남용이 되는지 여부와 관련된 사실관계가 그리 복잡하지도 않으나,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는 사실관계가 간단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민간위원들이 위 혐의들을 심의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이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며 ”세법 분야를 전공한 20년 경력의 판사가 이런 판단을 내렸다. 영장 담당 판사의 판단대로 법정에서 공방이 이뤄지는 게 맞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수사팀 또는 삼성 측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런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잡한 사건을 예정하고 수사심의위원회 설치 권고에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니었다”며 이 부회장 측의 부의 신청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