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억 넘으면 돌아가세요"···대출조건에 자영업자들 '한숨'
1차 이어 2차 자영업자 긴급대출도 코로나 발생 전인 ‘전년매출기준’ 부합해야 대출 현장 “긴급대출에서 완전 배제···직원 줄여” 전문가 “폐업, 실직 증가 우려”···3월 폐업·도산 및 회사불황형 해고 전년비 1만8652명 늘어
정부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도 1차 때와 같이 지원 조건 가운데 ‘전년도 매출 기준’을 유지했다. 정부가 올해 발생한 코로나19 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뿐 아니라 불황형 폐업·실직 증가를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1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을 시작했다. 이는 1차 긴급대출이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재정을 보강해 다시 추진한 것이다. 그만큼 현장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컸다.
정부와 신용보증재단이 함께한 1차 긴급대출에서 음식숙박업종의 경우 작년 연매출 10억원이 넘은 경우 대상에서 제외했다. 코로나19는 올해 2월 본격화했는데 이와 관련 없는 작년 매출 조건을 둔 것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일부 자영업자들이 저리 대출을 이용하지 못했다.
또 현재 연체자와 체납자, 과거 체납기록이 있는 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5000만원 이상을 대출할 경우 체납 기록이 있으면 완납 후 3개월이 지나야 가능했다. 사업장에서는 당장 돈이 필요한데 3개월을 기다릴 수 없었고 직원을 줄였다.
정부는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에서 신용보증재단이 아닌 신용보증기금을 중심에 두면서 대출 조건을 새로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는 1차 긴급대출의 현장과 괴리 상황에도 2차 긴급대출 지원 대상 조건에 전년 매출 기준을 유지했다.
19일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정부는 업력이 1년이 안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음식숙박업들에 대해 전년 및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액 10억원 미만인 곳만 긴급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2차 긴급대출의 조건은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신용보증기금, 은행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다. 2차 긴급대출은 신용보증기금이 95%, 은행권이 5%씩 나눠서 보증하는 구조다.
대구에서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로 올해 매출은 90% 이상 떨어졌다. 그런데도 코로나 피해가 있기 전인 전년도 매출이 10억원을 넘어 1차 프로그램에서 신청을 거절당했다. 대출도 갚아야 하고 월세도 내야하는 상황에서 직원 6명을 줄였다”며 “2차 프로그램도 같은 조건을 유지해 완전히 배제됐다. 직원을 더 내보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따른 여파로 실직자가 늘었다. ‘고용행정통계로 본 2020년 4월 노동시장동향’에 따르면 전년동월 대비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는 숙박음식업 1만8000명, 운수업 1만8000명, 공공행정 2만5000명 각각 늘었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폐업·도산과 회사불황으로 인한 해고로 고용보험을 상실한 실직자는 12만86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8652명 늘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많다보니 중소기업기본법 상 소기업과 중기업으로 구분해야 했다”며 “전년매출기준이 코로나19 발생 전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긴급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코로나 여파가 길어지면서 중형 이상의 사업장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여기 고용된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폐업까지 이를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 발생 전 매출액을 기준으로 이들을 긴급대출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1차 대출의 기존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형 이상 자영업자들을 완전히 배제했다”고 말했다.
강 처장은 “이는 행정 편의주의적 조치다”며 “정부는 국세청의 최근 매출액 자료를 활용해 코로나 발생 이후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긴급대출 기준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