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쪽방촌 소셜믹스 실험,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소셜믹스 취지에는 동의, 장기적으로 세심한 접근 필요해”
영등포 쪽방촌이 ‘소셜믹스’ 방식을 도입해 탈바꿈한다. 분양과 임대를 혼합해 1200호 대단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소셜믹스는 과감한 정비사업 방식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영등포 쪽방촌은 재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1월 20일 영등포 쪽방촌을 재개발하겠다는 의견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근에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선이주단지를 조성하는 작업을 앞뒀다.
영등포 쪽방촌은 공공임대주택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민간 분양주택 등 총 1200가구의 주택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쪽방촌 주민 약 360명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에 지구지정, 내년 지구계획 및 보상을 마무리한 뒤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쪽방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 위치에 정착시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영등포 일대의 주거·상업 환경이 정비되면서도 쪽방 주민들은 100% 재정착할 수 있다. 이에 동자동‧양동 쪽방촌에서도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키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영등포형 재개발을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 추진 민관공 TF 참여 단체 관계자는 소셜믹스 취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는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이곳 주민들에게 마음이 가게 됐다”라며 “쪽방촌 주민들을 재정착시키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서울시의 취지에 동의해 민관공 TF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셜믹스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 민간 소셜믹스 단지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른 주민끼리 충돌하며 각종 민원이 발생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임대아파트 주민이 편의시설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거나 임대아파트는 확연히 다른 동으로 구분되는 게 대표적인 차별의 예로 꼽힌다.
공공주택 전문가 김상암 홈드림연구소 소장은 “소셜믹스를 통해서 기존 쪽방촌 원주민과 새로운 입주민이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 자체는 바람직해 보인다”면서도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우는 것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인권 서울대학교 환경계획과 교수는 “소셜 믹스가 내부 위화감을 조성하고 공동체의 약화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사회경제적 격차가 큰 가구를 섞을 경우 민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겉으로 봐서 확연히 다른 건물이나 단지처럼 보이지 않게 설계하고 주민들끼리 자연스럽게 자주 마주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라며 “연령과 취약 아동 동거 여부, 직업 등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도 당부했다.
한편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에 영등포 쪽방촌 관련 문의는 끊긴 상태다.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서울 역세권 다른 노후 지역은 개발을 이미 다 하고 영등포만 남은 상태”라며 “정부 발표 전에는 쪽방촌 관련 문의가 꽤 있었는데 요즘엔 통 없다. 공공 개발에 임대까지 낀다고 하니까 수익성이 떨어져 사람들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