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제재에 가린 기관제재···우리·하나銀, 신사업 악영향 없나

국내 사업에는 직접적 영향 미미···기관 영업·해외 진출 등에는 부정적 금감원과 갈등 심화 국면···“적극적 대응 쉽지 않을 것”

2020-02-10     이기욱 기자
우리은행(사진 왼쪽)과 하나은행/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안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제재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CEO에 대한 개인제재에 비해서는 각 은행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종 제재 수위에 따라 글로벌 사업과 기관 영업 등에 일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아직 남았지만 두 기관에 대한 징계가 경감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과의 관계, 여론 등의 요인으로 인해 두 은행이 징계 경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DLF 사태 징계는 기관제재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에 대한 개인제재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전결로 최종 확정됐지만 두 은행에 대한 과태료, 영업정지 등의 징계는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각각 230억원, 26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으며 6개월 영업 일부정지(사모펀드 판매) 징계도 처분받았다. 영업 일부정지 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두 은행은 관련 규정에 따라 3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으며 금융사의 신규 최대주주가 될 수 없게 된다.

영업정지는 기관제재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중징계지만 실제로 두 은행의 국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DLF 종합대책으로 사모펀드 판매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사모펀드 투자 자체도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계좌는 3만7409개로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한 지난해 6월 말보다 37.1%(2만2106개)나 줄어들었다. 영업정지 징계에 따른 실질적 타격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두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추진할 수 있는 신사업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M&A 사업 역시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제재가 큰 효력을 나타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의 경우 표준등급법 적용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BIS비율이 높은 우리은행을 앞세워 M&A 사업을 진행한 적도 있지만 올해에는 내부등급법으로 전환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다만 글로벌 사업과 기관 영업에서는 기관제재가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나 각 공제회 등 기관들이 주거래 은행을 선정할 때 일반적으로 기관제재 현황도 평가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중징계가 확정되면 다른 은행들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제한이 걸릴 수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해외 법인 인수 등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진출 대상 국가의 금융당국이 은행의 징계 현황 등을 살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막는 직접적인 법이나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징계가 은행의 경영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렇다 하더라도 대내외 평가와 과태료 등을 생각하면 징계 수위는 낮을수록 좋기 때문에 경감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두 은행이 적극적으로 징계 수위 경감을 위해 나서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금감원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제재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불거지면 향후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두 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개인제재와 관련해서 이미 은행과 금감원은 많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제재를 놓고 굳이 실랑이를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