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공병원 비중 6%···“30%로 늘려야 코로나 등 감염병 격리 대응 가능”
OECD 평균 공공병원 비중은 70%···전문가들 “민간병원 감염병 환자 격리 수용 꺼려 공공병원이 역할 해야” ‘공공병원 격리시설 등 효과적’ 지적···"정부 비용 부담으로 공공병원 확충 꺼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 차례의 감염병 사태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감염병에 대비한 공공의료시설과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과 의료 현장 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등 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국가지정 전문 격리시설은 29개 병원, 161병실 198병상이다. 그러나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조사대상 유증상자가 240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격리 중인 유증상자가 41명으로 아직 격리 병상 수가 부족하지 않으나 확진자와 유증상자가 늘어나면 금세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사스와 메르스 등 전염병 사태를 겪었음에도 국가지정 전문 격리시설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 이후인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 대해 음압격리병실을 300병상에 1개 및 추가 100병상 당 1개를 설치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병원을 확충하지 않는 한 충분한 격리시설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간병원들은 기본적으로 감염병의 유증상자를 수용하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민간병원에 음압병실 등 격리 시설을 두는 것은 효과가 적다. 민간병원은 감염병 환자가 와서 다른 환자들이 오지 않는 상황을 꺼린다”며 ”또한 음압병실은 평상시에는 가동이 돼지 않기 때문에 적자가 난다. 이를 민간병원에서 하기에는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도 “감염병 환자가 한 민간병원에 격리됐다고 하면 그 병원에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다. 민간병원들이 감염병 환자를 격리시설에 받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다”며 “이 부분을 공공병원이 보완해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5~6년 주기마다 전염병 사태가 되풀이 되지만 공공병원 확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공의료시설 비중은 전체의 5.8%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0% 수준이다. 민간의료 중심인 미국도 공공병원 비중이 약 30% 수준이다.
우 대표는 “유럽의 경우 공공병원 비중이 80% 이상이다. 그 나라들은 충분한 공공병원 인프라를 통해 감염병 환자들을 격리하는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며 “한국도 최소한 공공병원 비중이 30%는 돼야 감염병 대응을 위한 격리 시설을 어느 정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공공병원을 전체 병원의 30%로 확대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본이다”며 “감염병 전문센터 등의 공공병원을 지역별로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대 정부는 여러 번의 감염병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 확대에 나서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공병원은 한 곳도 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정부에서 공공병원 확대를 위한 투자를 꺼려한다. 기재부가 돈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공공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염병이나 외상센터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립병원이 상시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공공병상 30%’ 목표를 병상 신설(50%)과 민간병원 리모델링(50%)으로 이루는 데 필요한 비용은 11조40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