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배민 떡볶이 마스터 "11월 11일 가래떡데이에 마스터 될 수 있어 감사"
초대 떡볶이 마스터 '신인선'씨···"일주일에 3~4번 먹어" 문제 난이도 어려워···떡알못 기자는 53점 기록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요즘엔 농민의 날이라해서 가래떡 데이라고도 하잖아요. 이런 뜻깊은 날에 제가 떡볶이 마스터즈가...진짜 감사합니다!”
57만 7999명을 꺾고 국내 떡볶이 미식가 1인자가 된 신인선씨의 소감이다. 신인선씨가 밝힌대로 대회가 열린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임과 동시에 가래떡데이이기도 하다. 1등을 차지한 신 씨는 1만5000원 상당의 떡볶이 쿠폰 365장과 특별 제작한 떡볶이 코트를 상품으로 받았다.
신 씨는 행사가 끝난 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떡볶이는 자신의 영원한 동반자"라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거의 매일매일 떡볶이를 먹어왔다. 지금은 일주일에 서너번씩은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홍대 전투떡볶이를 가장 좋아한다"고도 밝혔다. 이어 "다음에 맛있는 탐구 생활이라는 떡볶이 카페가 있다. 그 곳에 저보다 더 많이 아는 떡덕후들이 많다"면서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11일 세종대학교에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열고 국내 떡볶이 미식가 1등을 가렸다. 1차 온라인 예선에만 57만 8000명이 몰렸고, 이 중 2만 3000명이 2차에 올랐다. 이날 행사에 최종 참여한 수험생은 2312: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500명이었다. 즉 이날의 1등은 57만 8000 :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떡볶이 1인자가 된 것이다.
시험은 밀떡 대 쌀떡 팀으로 나뉘어져 치러졌다. 이날 자리에 모인 500여명은 60분 동안 듣기평가+필기평가+실기평가 등 60문제를 풀어야했다. 이날 사회를 본 코미디언 김신영의 신호와 함께 60분 시험의 막이 올랐다.
기자도 번외판 시험에 응시했다. 시험지와 OMR 카드가 배포되자 그간 잊고살던 시험 직전의 긴장감이 되살아났다. 응시자들도 꽤나 진지했다. 지인과 상의가 가능한, 비교적 캐주얼한 형식의 시험이었지만 곳곳에서 '수정테이프'를 찾는 등 실제 시험장의 열기를 방불케했다.
시험지 역시 수학능력시험 시험지의 모양을 비슷하게 본 떠 형식미를 갖추고 있었다.
시험은 떡볶이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얼마나 예리하게 가려낼 수 있을까. 기자는 떡볶이를 1년에 2번 정도 먹는다. 자발보다는 타의에 의한 횟수가 그렇다. 한마디로 떡볶이를 모른다. 이런 기자가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시험의 난이도가 낮아 변별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듣기평가에서는 과자 씹는 소리, 물 마시는 소리, 라면 먹는 소리와 떡볶이 먹는 소리를 구별해야 했다. 필기 문제인 28번은 떡볶이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음료 '쿨피스'의 가장 올바른 보관법에 대해 물었다. 36번 문제는 떡볶이 먹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보기(1번 불한당·2번 리틀포레스트·3번 말죽거리 잔혹사·4번 극한직업)를 골라야 했다.
실기 평가를 위해 시험 중간에 실제 떡볶이가 주어졌다. 실기 평가는 △기본 떡볶이 영역 △퓨전 떡볶이 영역 △기본 영역 등 3가지로 나뉘어졌다. 떡볶이 종류만 7가지가 제공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다양한 떡볶이에 당황한 기자와는 달리, 500명의 응시자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맛을 음미하며 각 브랜드의 떡볶이를 구별하고 있었다. 아울러 떡사리만 제공되는 경우, 소스만 담겨있는 경우 등 시험 문제도 변화무쌍했다. 떡볶이 문외한인 기자는 고추장맛밖에 느끼지 못하는 둔감이므로 요행을 바라며 OMR 카드에 그림을 그렸다.
프랜차이즈 떡볶이 브랜드뿐 아니라 전국에 포진한 대표 떡볶이집, 그리고 떡볶이의 영문 표기법, 웬툰, 영화 등 떡볶이를 활용한 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고득점이 가능한 시험이었다. 시험을 마치면 OMR 카드를 걷어간다. 2015년 토익시험 이후 4년만의 카드 작성이었다.
모르고 푼 문제가 절반이 넘었던 기자는 53점을 받았다. 올해 남은 운을 다 쏟아버린 느낌이었다.
내년도 1인자 자리를 노릴 사람의 오답노트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실 상무는 "국민 음식 떡볶이를 제대로 대접하는 행사가 없다. 떡볶이가 주인공인 잔치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이곳에 참가한 사람들인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재주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