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키웠는데’···은행계열 증권사, 업황 악화에 수익성↓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에 연환산 ROE 낮아져 증권업황 악화에 자본 확충 효과 반감 내년 상황도 좋지 않아 수익성 높이기 고민 깊어질 듯

2019-10-28     송준영 기자

국내 일부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업황 악화에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와는 달리 3분기에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덩치에 걸맞지 않은 저조한 수익성을 보인 것이다. 내년 증권업황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수익성 강화에 대한 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국내 은행 계열 증권사들이 전분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NH투자증권은 전분기 대비 25% 줄어든 8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KB증권도 34.03% 감소한 6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 역시 전분기 대비 각각 17.6%, 35.5% 줄어든 593억원과 5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이들은 올해 실적과 수익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증권업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너나할 것 없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까닭이었다. 특히 2017년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KB증권과 올해 7월 초대형투자은행(IB)으로 진입한 신한금융투자, 지난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선 하나금융투자로선 자본 투입에 따른 수익성 증대 효과가 예상됐다.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기준. 연환산 ROE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각 회사 경영실적 보고서 참고. 일부 수치 오차 있을 수 있음.  / 표=시사저널e.

하지만 증권업황이 부진하면서 자본 효율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실제 KB증권의 3분기 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59%로 상반기 기준 연환산 ROE인 7.53% 대비 1%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동안 KB증권은 합병 이후 연간 ROE가 7%를 넘지 못하면서 초대형IB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자본 대비 수익성을 보여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ROE가 1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ROE 개선은 KB증권에 중요한 과제였다.

신한금융투자 입장에서도 증권업황이 악화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증권업 침체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확충 시점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올해 상반기 8.3%의 연환산 ROE를 보였는데 3분기 들어선 7.4%로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엔 연환산 ROE가 9%를 넘었지만 자본 확충과 실적 저하가 동반되면서 자본 대비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상반기 대비 ROE가 감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9%가 넘는 연환산 ROE를 보였는데 올해 3분기 순익이 줄면서 8.3%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3월 7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했고 지난해 11월에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 규모는 올 6월 말 기준 3조3753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내년 증권업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있다. 비은행 이익을 높이기 위해 덩치를 불려놨지만 그만큼의 수익성을 내보이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 규모가 곧 증권사의 경쟁력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 확충은 대형 증권사들에게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하지만 그만큼 수익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면서도 “내년 경기 불확실성에 증권업종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익성 증대를 위한 증권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