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야심작 ‘Liiv M’···통신 서비스로 ‘금융 생태계’ 구축한다

공인인증서 유심, 통신요금 할인 등 강점···“수익보다는 혜택” 은행 고객 확보 기대···증권·보험·카드 등으로 확대 예정

2019-10-28     이기욱 기자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리브 엠’ 론칭 행사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기욱 기자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이 들때까지 고객의 손에는 항상 ‘리브 모바일’(Liiv M)이 함께합니다. 단지 리브 모바일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하루가 더 편안해지도록 만들겠습니다”

KB금융그룹의 혁신금융 서비스 ‘리브 엠’(Liiv M) 소개를 맡은 실무자인 윤영단 KB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과장의 말에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금융과 통신을 결합함으로써 고객들을 ‘KB 생태계’로 흡수하겠다는 KB금융의 큰 포부도 담겨 있었다.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는 ‘리브 엠’ 론칭 행사가 열렸다. 리브 엠은 금융당국의 금융 규제 샌드박스 1차 지정 사업 중 하나로 이른바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 MVNO)사업을 은행에서 수행하는 서비스다. 국민은행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직원 시범 서비스(29일), 베타 오픈(11월 4일), 그랜드 오픈(12월 중순) 등 단계별 서비스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혁신’을 위한 KB금융의 노력은 이날 론칭 행사장에서부터 느껴졌다. 다소 딱딱했던 기존 은행권 행사와는 달리 다양한 영상으로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행사장 밖에는 모바일 서비스 체험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가상현실(VR)이나 챗봇 서비스(리브 똑똑), LG U+ 야구중계 서비스를 체험하는 모습들은 IT기업의 ‘팝업 스토어’를 연상하게 했다. 은행장이나 부서 책임자가 아닌 개발 실무자가 직접 무대 위에 올라가 핀마이크를 착용한 채 서비스를 소개하는 방식 또한 유연화된 조직문화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 엠의 특징은 크게 편리함과 혜택 두 가지로 정리된다. 휴대폰이 곧 은행이 된 시대에 국민은행은 나뉘어 있는 ‘디바이스’와 ‘데이터’를 한번에 제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리브 엠’ 론칭 행사에서 서비스 소개를 하고 있는 윤영단 KB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 과장/사진=이기욱 기자

우선 국민은행은 새로운 방식의 유심(USIM) 카드를 활용해 편리한 금융거래를 지원한다. 유심을 휴대폰에 꽂으면 통신이 개통될 뿐만 아니라 유심에 저장돼 있는 국민은행 공인인증서를 별도의 과정 없이 바로 금융거래에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을 교체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새로 발급받아야 했던 고객들의 불편함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로 국민은행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자동으로 설치된다.

저렴한 통신비로 고객 혜택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리브 엠이 제공하는 요금제는 5G 요금제 두 종류와 LTE 요금제 10가지다. 음성과 문자는 모두 무제한이며 데이터에 따라 월 기본료가 최대 6만6000원에서 최소 2만8600원으로 나뉜다. 여기에 리브 엠은 KB할인을 추가로 제공한다. KB카드를 사용할 경우 급여·연금 이체,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 KB카드 자동이체, 친구 결합 등 총 6가지가 있으며 모두 적용받으면 최대 2만2000원이 할인된다.

여기에 ‘KB국민 Liiv M카드’나 ‘KB국민 Liiv M 체크카드’ 등 제휴카드를 사용할 경우 최대 1만5000원이 더 할인된다. 이를 모두 더한 최대 할인액은 3만7000원으로 요금제에 따라 무료로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사용 데이터를 1G당 최대 1000포인트까지 적립해주는 데이터 페이백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KB금융은 이날 행사에서 통신 서비스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 과장과 함께 발표를 진행한 또 다른 실무자 장철훈 사원은 “리브 엠은 통신사업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며 “미래에 금융을 더 잘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일무이한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 역시 “통신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미 KB와 금융거래를 함으로써 수익을 발생시켜준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박형주 국민은행 디지털전략부장도 “통신을 통해 직접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마진을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통신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KB금융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브 엠은 국민은행의 고객만 가입할 수 있어 저렴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은행을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은행을 넘어서 증권·보험·카드 등도 향후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리브 엠을 하나의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가 원할 경우 오픈 방식으로 유심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공유가 된다면 타 알뜰폰 사업자의 고객들 역시 자연스럽게 KB금융의 고객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이용한 특화 금융 서비스도 고객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통신 사용 패턴에 금리를 연계한 대출상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대표는 “고객들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며 “리브 엠은 통신 서비스가 아니라 은행 부수업무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세분화되고 실질적인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 기간(최대 4년)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4년 후에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은행이 하니까 다르다’는 것을 (금융당국에) 증명해야 한다”며 “사실 부담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성공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를 바꿔놓을 경우에도 경쟁사가 후발 주자로 들어올 위험이 있다”며 “하지만 퍼스트 무버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브 엠’ 론칭 행사 내 모바일 체험관/사진=이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