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재선정’에 달아오르는 서울 정비업계

고척4구역·갈현1구역 입찰 재공고 진행 반포1단지 3주구, 反현산파가 새 집행부 지휘···새 집행부 선정 공약에 판도 바뀔 듯 소송 등 법적 분쟁에 진흙탕 싸움 우려도

2019-10-28     노경은 기자
시공사 재선정을 앞두고 서울 정비업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비사업 일감 축소 우려로 시공권 확보 경쟁이 갈수록 달아오르는 가운데 서울 일부 정비사업장에서는 진흙탕 싸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을 거쳤음에도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면서 새 입찰공고를 내거나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조합의 새판짜기 작업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던 건설사와 약세였던 건설사 간의 선호도 등 판세가 뒤집힐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6일 긴급 대의원회의를 열고 이달 중순 마감한 시공사 입찰 결과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렸다. 갈현1구역 재개발은 총공사비 9200억 원에 4116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지난 11일 시공사 입찰 마감에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했다. 하지만 조합은 현대건설의 입찰 서류에서 도면 누락,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 제안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며 긴급 대의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현대건설 입찰 무효 ▲현대건설 입찰보증금 몰수 ▲현대건설 입찰 참가 제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 재공고 등의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조합은 시공사 선정공고를 다시 낸다는 계획이다.

올해 6월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 21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는 등 갈현1구역과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입찰에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해 경쟁했으나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양쪽 모두 조합원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이에 조합은 볼펜으로 표기해 무효 처리했던 표를 유효표로 인정하고 득표수가 많은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손을 들어주면서 조합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게 됐다. 현장설명회는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며 입찰마감은 12월 16일이다. 고척4구역은 고척동 148번지 일대 4만2207㎡ 부지에 최고 25층 아파트 10개동, 983가구를 짓는 시공사를 선정하는 내용으로 공사비는 2000억 원이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도 지난 주말 총회를 열고 조합장, 이사, 감사직 등 집행부를 새로 꾸렸다. 조합을 비롯한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총회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말한다. 현대산업개발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집행부 후보도 양분화 된 가운데, 반(反)현산파가 집행부를 주도하게 돼서다. 이들은 당초 우선협상자격을 갖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본 계약을 맺지 않고 내년 3월쯤 시공사 선정 총회를 다시 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장은 1490가구를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당초 공사비는 8087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들이 새판짜기로 분주한 속에서도 소송 등을 이유로 사업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정비사업 규모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사업장에서 수주를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유로 실제 올 상반기 현대산업개발은 반포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다가 회사 측이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 취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을 내는 등 법적 다툼까지 벌인 바 있다.

마찬가지로 건설업계에서는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이 현대건설 입찰 무효와 함께 현대건설이 지불한 1000억 원의 입찰보증금 몰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흙탕 싸움을 벌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설계도면 누락과 관련해 “입찰지침서에 조합 원안을 포함하라는 내용이 없어 특화설계 도면만 제출했다”며 “이를 두고 일체의 도면을 제출하지 않는 등 조합을 무시하는 행태의 입찰을 자행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1000억 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 몰수를 받아들일 수 없어 소송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