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울 이어 청주까지···수돗물 대란 속 철강관업계 ‘기대감’

‘붉은 물’ 확산 조짐, 40년 넘은 수도관 서울에만 138km···관 수요 확대에 주가도 널뛰기

2019-06-24     김도현 기자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이 서울과 충북 청주 등에서도 잇달아 검출되며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면적인 개량이 주요 공약으로 쟁점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련업계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환경부 및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달 30일부터 속속 보고되기 시작됐다. 조사 결과 인천의 경우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침전된 상수도관 내 녹과 토사 등이 가정으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배경은 달랐지만 인천에서 논란이 빚어진 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와 충북 청주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됐다. 자연히 노후 상수도관 개량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문래동의 경우 논란이 된 지역 내 1.75km에 달하는 구간이 매설된 지 46년 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필요성 제기에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 등에 따르면 40년 이상 된 노후 수도관이 서울에만 138km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녹이 슬지 않는 상수도관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 수도관 중 21년 이상 된 수도관이 32.4%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16년 이상 20년 미만 된 수도관도 12.9%나 됐다.

이 같은 국민적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 논란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으나 범국민적 관심을 낳았다. 전국 상수도 보급률이 99.1%에 달하고 서울 등 6개 광역지자체의 경우 100% 보급률을 자랑한다. 녹과 중금속 등을 걸러준다는 필터가 내장된 샤워기가 최근 수년 새 인기를 끈 데는 ‘상수도 불신’ 확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업계와 전문가 등에 따르면 상수도관의 경우 매설 시기가 1994년 이전·이후로 큰 차이를 나타낸다. 이를 기준으로 오래 된 상수도관은 아연도강관을 사용한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비교적 값이 저렴해 가장 많이 사용됐다. 다만, 사용 후 10년을 전후로 도금 표면이 벗겨지면서 녹이 슬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정부에서는 1994년부터 동관 사용을 의무화했다. 더불어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이 속속 상수도관으로 사용됐다. 2007년 환경부 수처리선진화사업단이 로봇을 이용해 녹을 제거하고 내부식성이 뛰어난 에폭시 도료를 덧칠하는 방식의 기술 시연을 한 바 있으나, 이후 자취를 감췄다. 실제 현장에 적용됐는지 여부도 분명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녹에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테인리스관은 상수도관 본류에서 각 건물로 들어가는 관로에서부터 주료 사용되며 이마저도 비교적 근래부터 쓰이기 시작했다"면서 “이전 구간의 경우 1994년 이전 매설된 아연도강관도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개선하기 전까지 ‘녹 없는’ 수돗물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과 관련업계 등에서는 수돗물 배관에 대한 국민적 공포심이 개선·개량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보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선거전에 나설 정치인들이 이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 역시 크다는 전언이다. 정부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공약 제기는 물론 공약 이행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자연히 그에 따른 관련업계의 수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와 관련한 징후는 주식시장에서 곧바로 표출됐다. 강관업계에서도 역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주요 업체들의 주식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꼽는 대표적 수혜주로는 문배철강을 들 수 있다. 문배철강은 24일 주당 3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21일) 대비 120원(3.66%) 상승한 수치다.

철강업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주 철강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명히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 면에서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면서도 “현재로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관분야에서는 세아제강이, 스테인리스 분야에서는 포스코가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