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들인 강남구 미디어폴…시민들 “광고판 아니에요?”

미디어폴 50개 영상 중 46개 광고, 미디어 아트는 찾아볼 수 없어…강남구청 “취지 맞는 컨텐츠 개발 중”

2017-12-28     천경환 인턴기자

“미디어 아트는 무슨, 그냥 광고판이잖아요!”


서울 강남구는 2009년 첨단 IT기술을 접목시켜 강남대로 만의 독특한 거리 문화를 조성할 목적으로 80억원을 들여 ‘강남역 미디어폴’을 설치했다. 하지만 본래 대중교통 안내와 미디어 아트 전시, 각종 유익한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된 이 시설은, 시민들에게 그저 수많은 광고판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었다. 

 

 

총 18개의 미디어폴(높이 18미터)이 강남역에서 교보타워사거리까지 이어져 있다. /사진 = 천경환 기자
현재 미디어폴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28일 강남역을 찾았다. 하루 유동인구만 25만명이 넘는 강남역은 오후 1시에도 젊은이들이 붐볐다. 1시간 넘게 강남역을 지나는 시민 40여명에게 미디어폴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취재 결과, 인터뷰한 시민 모두 미디어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미디어폴을 손으로 가리키며 “지나가면서 매일 보는 이 검은색 기둥이 미디어폴이다”고 설명하자, 한 시민은 “지나가면서 보지도 않는다”며 “궁금하지도 않다”고 답했다. 
강남역에 영화 보러 자주 온다는 A씨(23) 역시 “미디어폴 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며 “항상 비슷한 광고만 틀어주는데 솔직히 누가 보겠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자가 25분동안 미디어폴에서 나오는 콘텐츠를 시청한 결과 총 50개의 영상 중 46개가 광고였다. 나머지 4개는 모두 ‘JTBC 콘텐츠허브’에서 제작한 영상이었는데 그것마저 주변의 소음으로 내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서비스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미디어폴 바로 옆에 위치한 '강남시티투어버스' 관광안내소 관계자에게 미디어폴 사용방법을 물어보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미디어폴이 세계적인 관광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서울 강남구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다. 

이에 관련 강남구 관광 사업팀 관계자는 “2015년에 기계가 노후돼 1년 동안 운영이 중단됐었다”며 “재운영한지 얼마 안돼 아직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교통안내, 관광명소 안내 등 시민참여 서비스 제공은 언제 이루어지냐”는 질문에는 “취지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중”이라며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콘텐츠 제작에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2009년 3월에 약 80억원의 세금을 들여 미디어폴을 설치했다. 이는 공무원 1만2000명의 신규 채용과 초등생 2만6000여명의 무상급식이 가능한 예산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디자인거리” 라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강남구는 역 주변에 있던 노점상들이 정리되고 그 자리에는 미디어폴이 자리를 잡았다. 

한편 당초 미디어폴은 내년 3월 ‘공공시설 광고’ 문제로 철거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작년 9월 미디어폴을 광고가 가능한 공공시설로 분류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운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