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레이싱 DNA 못 감췄다

르반떼·기블리보다 차분한 배기음…제로백 4.8초, 주행 성능 ‘탁월’

2017-12-28     배동주 기자
마세라티 플래그십세단 콰트로포르테. / 사진 = FMK

마세라티 플래그십세단 콰트로포르테는 가장 마세라티답지 않았다. 눈보다 귀에 먼저 닿는 마세라티 만의 엔진 배기음은 콰트로포르테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와 1억원대 엔트리 세단 기블리보다 희미했다. 시동을 켰을 때 잠시 마세라티 엔진 배기음을 듣고 나면 이내 조용해졌다. 마세라티는 기함 콰트로포르테를 단정하게 조율했다.

콰트로포르테의 진가는 도로 위에서 발휘됐다. 마세라티 고유의 레이싱 DNA를 숨기지 못했다. 마세라티가 페라리와 공동 개발해 생산한 3.0ℓ V6 엔진과 3.8ℓ V8 엔진은 각각 최고 출력 430마력, 530마력을 지녔다. 고급차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 최고 출력이 370마력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콰트로포르테는 마세라티의 격에 걸맞게 세팅됐다. V6 엔진을 장착한 콰트로포르테S Q4를 타고 인천 도심과 외곽을 달렸다.

콰트로포르테 전고는 1.4m다. 5m 넘는 전장과 2m 가까운 전폭에 비하면 낮은 전고다. 벤츠 S클래스보다 길고 또 낮다. 콰트로포르테의 낮은 전고는 상어의 코를 형상화한 전면 디자인과 조응해 공기저항계수 0.28을 실현했다. 플래그십 세단에선 이례적인 수치다. 마세라티가 대중차 생산을 선언한 이후 67년이 지났지만, 레이싱카 유전자는 남아있는 셈이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엔진룸. / 사진 = 시사저널e

콰트로포르테는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움직임을 보였다. 마세라티가 콰트로포르테 전후 무게를 50:50으로 배분해 생산한 덕이다. 전륜 서스펜션은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을 사용해 가볍고 정밀한 핸들링을 도왔다. 후륜 서스펜션은 4개의 알루미늄 서스펜션 암이 있는 5멀티 링크 시스템을 적용해 스포츠 주행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3.0ℓ 트윈터보 V6 엔진을 탑재한 콰트로포르테S Q4는 최대 토크 51.0 kg.m, 최고 출력은 430마력의 힘을 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금새 시속 100㎞에 닿는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h​에 도달하는 시간)은 4.8초, 최고속도는 288㎞/h에 이른다. 엔진 배기음은 엔진회전수가 2000~3000rpm일 때 희미하게 들렸다. 복합연비는 7.4㎞/​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EPS)을 통해 핸들링 정확성도 높였다. 저속에서는 가볍게, 고속에서는 무겁게 바뀌면서 편안하게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콰트로포르테S Q4에는 마세라티 사륜구동 시스템인 Q4 시스템이 탑재됐다. Q4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맞춰 전·후륜 구동비를 0:100%에서 50:50%로 바꿀 수 있게 한다.

3170mm에 달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로 내부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다만 8.4인치 터치스크린 화면을 통해 나오는 내비게이션의 효용성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내비게이션을 보는 내내 가는 길이 막막했지만, 도착하고 보니 쉬운 길이었다. 또 마세라티가 2018년식 콰트로포르테에 확대 적용한 주행 보조 시스템은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제네시스와 비교해 다소 거칠었다.

마세라티는 콰트로포르테 각 모델별로 그란루소, 그란스포트 두 가지 트림 전략을 펴고 있다. 그란루소 트림에는 고급감이 그란스포트 트림에는 주행성이 강조됐다. 판매 가격은 콰트로포르테S Q4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트림 각각 1억8690만원, 1억9160만원으로 책정됐다. V8 엔진 콰트로포르테 GTS는 그란루소 트림이 2억2710만원, 그란스포트 트림이 2억3660만원이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내비게이션 화면. / 사진 = 시사저널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