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못찾은 석유화학협회…결국 2년 순번제 ‘고육책’

LG화학·한화케미칼·SK종합화학 順…이익 없고 부담만 큰 자리, 주요 업체 모두 고사

2017-12-21     황건강 기자, CFA
21일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 선임 안건을 논의했으나 이번에도 주요 업체들은 모두 고사했고 결국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 사진=뉴스1

한국석유화학협회의 차기 협회장은 LG화학과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등 3개 업체가 2년씩 순번제로 맡게 됐다. 

 

21일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사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 선임 안건을 논의했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화학BU장의 임기가 내년에 마무리되는 데 따른 안건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요 업체들은 모두 고사했고 결국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주요 업체 수장 상당수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협회장 선임에 우려감이 커졌다. 허수영 협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등은 참석했으나 LG화학, SK종합화학 등 업계 선두로 꼽히는 업체 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석유화학협회 회장직은 최근 수년간 후임을 찾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장직을 맡는다고 해서 뚜렷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회사 업무와 협회 업무를 동시에 맡아야 한다는 부담만 커져서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 운영에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외부 시선과 달리 회원사들은 석유화학협회장은 업계를 대변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자리로 평가하고 있다. 환경이슈나 사고, 통상 등의 이슈가 발생할 경우 대표자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협회장은 희생과 봉사의 자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협회장직은 자신의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나 그룹의 승인을 받아야 맡을 수 있다화학업계가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회사일도 바쁜 상황에서 협회장직까지 맡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나서는 사람이 없지만 그렇다고 회장 공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허수영 회장의 임기는 당초 지난 3월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이 때도 후임자를 정하지 못해 연임하게 됐다.

 

주요 업체 수장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총회에서는 결국 '순번제'라는 반강제적인 회장직 역임 방식을 선택했다. 협회는 이미 지난해 12월 임시총회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업체 대표이사가 순번을 정해 협회장을 맡는다는 내용으로 선임 규정을 변경했다. 임기 시작후 해당 회원사 대표이사가 교체되더라도 후임 대표이사가 협회장 임기를 이어받아야 한다.

 

이날 결정에서는 구체적으로 매출 규모가 큰 LG화학, 케미칼,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등 4개사가 순번제로 협회장사를 맡기로 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현재 협회장 직위를 연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나머지 3곳에서 협회장을 맡은 이후 순번이 돌아갈 예정이다. 

 

석유화학협회는 순번제로 일단 진화에 성공했지만 당장 내년부터 어느 곳에서 회장사를 맡을지를 두고 한차례 더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오는 2019년 3월 임기가 마무리되는 허수영 회장 후임으로 부터 LG와 한화, SK가 2년씩 회장사를 맡는다. 다만 허수영 협회장의 임기가 1년이상 남은 만큼 순번은 향후 각사가 따로 논의하기로 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일본 석유화학협회도 순번제로 협회장을 뽑고 있어 순번제 시행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큰틀에서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에 향후 협회 운영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