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허리열전]④ 라그나로크 돌풍 일으킨 그라비티
후속작 잇단 실패로 시련 맞아…최근 모바일게임 성공으로 부활 노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국내 온라인 RPG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특히 원조 글로벌 흥행게임으로 라그나로크라는 지적재산권(IP)이 갖는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는 유저 숫자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국산 온라인게임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라그나로크)을 만든 곳은 개발사인 그라비티다. 2000년 설립된 그라비티는 2002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출시했다. 라그나로크는 출시 직후 특유의 아기자기한 2D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흥행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당시 온라인게임의 경우, 풀 3D로 혹은 2D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라그나로크는 배경과 스킬은 3D로, 캐릭터는 2D를 활용한 독특한 게임이었다. 특히 캐릭터 원화를 비롯해 캐릭터 자체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매니아를 만들어낸 게임이기도 하다.
아울러 라그나로크는 이전까지 남성 유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라인게임 시장에 다수의 여성유저들을 끌어들인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라그나로크의 경우 초창기 남성 유저들은 남자 캐릭터를 여성 유저들은 여성 캐릭터만을 생성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지 않는 한, 게임속 캐릭터와 실제 성별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여타 게임과 달리 게임속에서 같이 사냥하면서 커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유저들의 경우, 게임속 인연이 결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라비티는 이러한 라그나로크 흥행에 힘입어 2005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해 김정률 당시 그라비티 회장이 자사 지분 52.4%, 364만주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회사 EZER과 테크노 그루브(Techno Groove)사에 전량 매각하면서 그라비티 경영권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된다. 이후 2008년 그라비티는 소프트뱅크 산하 게임업체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겅호엔터테인먼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사장이 설립한 곳으로 라그나로크를 일본 시장에 서비스하면서 급부상한 곳이다.
그라비티는 오랜기간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다. 그라비티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적자를 기록한 그라비티는 2008년에 들어서야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더 큰 문제는 라그나로크 이후 흥행에 성공한 후속작이 없다는 점이다. 그라비티는 지난 2007년 라그나로크의 정식 후속작인 ‘라그나로크2’를 선보였다. 라그나로크2는 기존 원작과 달리 풀 3D 그래픽을 채택하면서 많은 유저들의 비난을 받았다. 결국 2008년 8월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이후 그라비티는 리뉴얼을 거처 2010년 ‘라그나로크 2: 레전드 오브 더 세컨드’를 다시금 유저들에게 선보인다. 그러나 이 마저도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은 채 2013년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2 이외에도 ‘레퀴엠 온라인’, ‘에밀크로니클 온라인’, ‘로즈 온라인’, ‘타임앤테일즈’ 등 여러 신작을 선보였으나, 결국 흥행에 실패 현재는 전부 서비스를 종료했다. 결국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중인 그라비티의 온라인게임은 라그나로크가 유일한 상황이다.
이렇듯 오랜기간 침체를 겪어왔던 그라비티는 최근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출시하며 다시금 부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라비티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라비티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 3분기까지 매출액 741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는 503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513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그라비티의 실적 개선에는 대만과 홍콩 등 해외시장에서의 매출 호조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내에 앞서 출시한 모바일게임 라그나로크M은 대만·홍콩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최고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그라비티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단 포부를 밝혔다. 그라비티는 우선 라그나로크M의 국내 버전인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을 내년 1분기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리뉴얼한 ‘라그나로크 제로’도 올해 출시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그라비티는 모바일게임 ‘요지경’과 ‘H.O.D(히어로즈 오브 던전)’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요지경은 중화권에서 유명한 ‘선검기협전’이라는 유명 IP를 기반으로한 모바일 RPG다. H.O.D는 모바일 MORPG로 마치 ‘디아블로’를 연상케하는 액션성이 특징이다.
김진환 그라비티 사업총괄 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라그나로크M의 국내 목표는 게임업계 매출 1위”라며 “그 만큼 게임 완성도나 콘텐츠면에서 자신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라그나로크M의 가능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그나로크M의 경우, 보기 드문 수작”이라며 “게임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래픽, 인기 IP를 사용한 점 등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라그나로크 이외의 흥행 IP가 없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기존 라그나로크를 뛰어 넘는 후속작 출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라비티의 경우, 그 동안 여러 온라인게임을 출시했지만 현재 남은 것은 2002년 출시한 라그나로크 하나 뿐”이라며 “최근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인기 IP 하나만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 가기엔 위험 요소가 크다. 후속 IP 성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