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본사 중심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 없앤다

내년 북미·인도 등에 자율경영 시스템 도입…현장 중심 운영 통해 효율성 제고

2017-10-26     배동주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 시장을 권역별로 분할해 거점 법인이 판매 전략은 물론 생산·상품 운용 전략까지 직접 기획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이른바 ‘자율 경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자율 경영 시스템을 통해 각 시장에 맞는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26일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미국과 인도 등 해외 주요 시장에 자율 경영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현장 운영 효율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자율 경영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본사 역할과 기능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본사 중심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시장 대응 방침을 정해왔다.

현대·기아차는 자율 경영 시스템을 통해 민첩하면서도 유연한 현장 중심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 경영 시스템은 세계 주요 시장별 상품 운용을 비롯한 현지 시장전략, 생산, 판매 등을 해당 해외 법인이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내년 북미와 인도에, 기아차는 북미에 각각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본사가 상품 등을 포함한 주요 전략을 제시하고 생산 및 판매를 총괄적으로 관리했다. 해외 시장별 현지 사정에 맞춰 판매와 생산 부문을 조정하는 역할도 본사 승인으로 이뤄졌다. 본사 결정 사항은 추진력을 얻어 판매 확대 및 매출 확대를 이뤘지만, 최근 시장 변화가 빨라지면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정보통신(ICT)업체나 반도체 생산 업체와 제휴를 맺는 것은 물론, 차량 보유 및 구매 방식이 공유나 온라인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가 하면 신흥시장 경제 위기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본사 중심 하향식 의사결정은 시장 대응에 늦거나 그릇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 8월 중국 사업본부와 연구개발 본부를 한곳으로 모아 별도의 중국제품개발본부를 출범하는 등 현지 중심 경영을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황에서 해외 시장 효율 경영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자율 경영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면서 “고객이 원하는 차량의 적기 출시도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는 올 2분기 이후 순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당기 순이익 91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도 93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차 당기순이익이 2분기 연속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 저성장 기조가 심화와 업체 간 경쟁심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 사진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