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소녀 게임 열풍…국내 모바일 시장 장악

'소녀전선' ‘붕괴3rd’ 등 무서운 흥행돌풍…국내 게임사들도 미소녀 게임 눈독

2017-10-25     원태영 기자
최근 중국 미소녀 모바일게임 붕괴3rd가 국내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사진=미호요
과거 국산 게임을 모방하는데 급급했던,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미소녀들을 앞세운 일명 ‘미소녀 게임’으로 한국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롭게 급부상한 장르가 있다. 바로 ‘미소녀 게임’이다. 아름다운 소녀들이 게임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른바 미소녀 게임은 과거 PC게임 시절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일본 가이낙스(Gainax)사가 개발한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가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으며, 지금도 대표적인 미소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회자되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미소녀 게임 출시는 계속돼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내 게임사 넥스트플로어가 출시한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는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미소녀 게임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일명 ‘리니지 형제’라 불리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 두 게임이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금 미소녀 게임 장르를 부각시킨 쪽은 한국이 아닌 중국 게임들이다. 지난 6월말 국내에 출시된 중국 미소녀 게임 ‘소녀전선’은 국내에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출시 직후부터 인기와 매출 순위가 빠르게 올랐다. 한 때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3위까지 기록했던 소녀전선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매출순위 상위 10위권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름다운 미소녀 캐릭터와 더불어 낮은 진입장벽,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과금시스템 등이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17일 출시된 또 다른 중국 미소녀 게임 ‘붕괴3rd’가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붕괴3rd는 출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기 전 구글 최고 매출 3위를 기록, 지금까지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붕괴3rd의 경우, 아름다운 애니메이션풍 캐릭터와 자동 사냥없이 유저가 직접 조작하는 화려한 액션 등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소녀 게임이 매출 상위 10위권내에 두개나 포진한 것과 관련해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붕괴3rd와 소녀전선은 최고매출 3위와 7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미소녀 게임의 경우, 그동안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전에도 여러 미소녀 모바일게임들이 출시됐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끈 경우는 많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흥행과 관련해, 그동안 비주류 취급을 받던 미소녀 장르가 이제는 주류 장르로 올라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유저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앞서 소녀전선이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소녀 장르를 선호하는 유저층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미소녀 게임의 경우, 안좋게 보는 시선도 일부 있었으나 많은 유저들이 즐기면서 이러한 시선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산 게임들의 국내 시장 장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중국산 게임들은 국산 게임들을 모방하기 급급했으나, 최근에는 개발력에 있어, 국산 게임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상위 10위권 내 절반은 중국 개발사가 만든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은 연내 미소녀 모바일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출시할 계획이다. / 사진=넷마블

미소녀 게임 장르가 모바일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자, 국내 게임사들도 미소녀 게임 장르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넷마블은 일본 미소녀 모바일게임인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연내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일본 인기 작품인 ‘페이트(Fate)’ 시리즈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RPG다. 유저는 마스터가 돼 서번트라 불리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거느리고 과거로 돌아가 성배탐색(그랜드 오더)이라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넥슨 역시 지난해 출시한 미소녀 모바일게임 ‘M.O.E.(마스터 오브 이터니티)’에 일본 유명 가상현실 가수인 ‘하츠네 미쿠’ 캐릭터를 접목시킨다고 25일 밝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대형 게임사들도 미소녀 장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한중일 3국의 미소녀 캐릭터들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