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복지부 고위직 인사, 행시 기수 알면 보인다

최고참 이영호 실장 명예퇴직 관측…실장 승진에 배병준·강도태 전망

2017-09-08     이상구 기자

그동안 지연됐던 보건복지부의 실장급 승진 등 고위직 인사가 다음 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전례대로 행정고시 기수 등을 분석해 보면 인사의 가닥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시사저널e가 입수한 복지부 소속 관료들의 행정고시 기수별 현황에 따르면, 최고참인 행시 28회부터 41회까지 관료들이 수록돼 있다이 자료를 조만간 예상되는 고위직 인사에 대입해 보면 전망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우선 행시 28회는 복지부 소속 관료들 중 가장 고참 기수다. 이 기수에 속하는 관료는 이영호 사회복지정책실장이다. 지난 6월 물러난 방문규 전 복지부 차관과 동기 사이다청주고와 한양대 경제학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이 실장(1961년생)은 당초 유임이 거론됐지만 최근 들어 명예퇴직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현재 공석인 기획조정실장을 포함, 실장 승진자는 2명으로 예상된다. 복지부가 청와대에 승진 1순위로 올린 국장급 관료는 행시 32회인 배병준 복지정책관과 35회인 강도태 보건의료정책관이다. 배병준 정책관은 행시 기수로 보면 당연하지만 강도태 정책관은 다소 의외라는 지적도 있다. 행시 31회와 34회 선배들을 제친 인사이기 때문이다. 강 정책관은 공식적으로는 1970년생이다

 

특히 그가 실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복지부 실장 4명 중 3명을 고려대 출신이 점유하게 된다. 이동욱 인구정책실장은 고대 신문방송학과 84학번, 배 정책관은 고대 사회학과 84학번, 강 정책관은 고대 무역학과 86학번이다. 3명은 모두 영남 출신이기도 하다. 이 실장은 경북 봉화, 배 정책관은 경북 상주, 강 정책관은 경남 진주다. 현재 강 정책관은 제약업계 등 보건의료계 인사들로부터 승진 축하 인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시 33회인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기조실장에 유력한 상태다. 실장 4명 중 가장 서열이 높은 기조실장에 행시 선배들을 제치고 김 실장이 공식 임명되면 역시 파격 인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복지부의 행시 출신들을 자세히 보면 36회부터 기수 당 인원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35회가 3명인 데 비해, 36회는 기획재정부에서 전입 해온 강완구 사무국장까지 총 7명으로 집계됐다김영삼 정부 들어 당시 보건사회부가 보건복지부로 개명되며 업무가 늘어나고 조직이 확대 개편되는 와중에서 행시 출신 인재들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행시 36회 동기들 중 가장 늦게 국장을 달았던 류근혁 국장이 현재는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하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사안이다.

 

행시 37회의 이기일 대변인은 이번 고위직 인사에서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변인 등 요직은 복지부 관행상 행시 기수별로 1명씩 배출해왔다. 이에 신임 대변인은 행시 38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말기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을 역임한 전병왕 정책기획관과 이형훈 한의약정책관이 대변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병왕 기확관의 경우 청와대에 근무할 때부터 대변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정식 발령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형훈 정책관의 기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행시 39회의 경우 최근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과 임을기 장애인정책과장이 부이사관(3)으로 승진하며 동기 7명 모두 부이사관 이상 직급이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파견 기간 동기들 중 가장 먼저 부이사관을 단 염민섭 보건산업정책과장의 국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행시 40회에선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부이사관을 가장 먼저 단 정경실 보험정책과장 등 총 5명 중 3명이 부이사관이다. 정경실 행정관 후임자였던 임숙영 건강증진과장도 청와대에서 승진했다. 당시 일도 하지 않는 청와대가 직원들 승진에만 신경 쓴다고 말들이 많았다

 

복지부 핵심요직인 인사과장도 행시 기수별로 1명씩만 배출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정경실 인사과장이 보험정책과장으로 영전한 지난 4월 후임자에 임명된 임호근 서기관은 응급의료과장과 기획조정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복지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제는 행시 기수별이 아닌 능력 위주로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래도 특정지역이나 특정 학교 위주로 실장급이 짜여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