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판 흔드는 삼성 부품]② 애플 ‘약한 고리’ 노리는 LG
아이폰8 OLED 채택, 삼성 의존도 높아진 애플 대안 절실…중소형 키우는 LGD 주목, V30가 대체 가늠자 될 듯
LG디스플레이(이하 LGD)는 애플의 ‘약한 고리’를 공략할 수 있을까? 일단 상황은 LGD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 아이폰부터 OLED 스크린을 채택한 애플의 삼성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고 있어서다. 수요자로서는 자연스레 공급자를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 때마침 LG전자의 새 전략 스마트폰 V30에 OLED를 공급하는 LGD로서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2일 공개되는 출시 10주년 기념 아이폰8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크린을 공급한다. 업계서는 삼성이 애플에 공급하는 OLED가 약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애플 소식에 정통한 KGI 애널리스트 밍치궈는 7일 애플 인사이트에 쓴 보고서에서 “OLED 아이폰 패널 공급은 애플이 아니라, 삼성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면서 “왜 삼성이 더 높은 협상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패널 하나 가격이 120~130달러(5.5인치 아이폰 LCD 모듈 가격은 45~55달러)에 달하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기술했다.
사실 애플의 삼성 의존도가 OLED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에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지만, 반도체 시장에서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이 아이러니한 관계가 OLED로도 넓어지면 애플로서도 대안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당장 업계 이목을 끄는 업체가 LGD다. 그간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전적으로 장악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흐름이 LCD에서 OLED로 완연하게 바뀌고 있다.
기존 아이폰에 LCD 모듈을 써왔던 애플이 신제품보다 OLED를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LGD 역시 이 흐름을 타고 OLED 시장 점유율 확장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LGD는 지난 7월 대형 OLED와 중소형 POLED(플라스틱OLED)를 중심으로 2020년까지 국내에 총 1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업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삼성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LGD를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LGD는 2019년에 전면적인 OLED 스크린 생산에 나설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은 매년 9월 새 아이폰 모델을 시장에 내놓는다. 2018년 나오는 아이폰 모델에 LGD OLED 스크린을 제한적으로 탑재하고, 2019년에는 이 규모를 늘릴 전망이다. 숙제가 없는 건 아니다. 업계서는 LGD가 애플 요구를 충족시킬만한 생산수율을 얻어내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늠자는 같은 그룹 계열사가 내놓는 LG V30가 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새 플래그십 V30에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한 OLED를 탑재했다.
이와 관련해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은 “(중소형) OLED는 삼성전자가 앞서가고 있지만, 우리는 OLED TV를 빠르게 정착시킨 노하우가 있다”면서 “우리 만의 OLED 화면색감과 톤을 좋아해주시는 소비자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LGD의 OLED 스크린이 ‘LG폰’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그만큼 시장의 기대치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제2 공급선을 찾는 애플과의 협상국면도 LGD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D의 OLED(대형+중소형) 매출은 올해 2조2000억원에서 내년 6조1000억원, 2019년 10조2000억원 등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