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변호인 교체 이재용, 속내는 재판부 ‘급’ 맞추기
고법 부장판사와 동급인 법원장 출신으로 교체…“불만보다 신뢰 드러낸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변호인단의 대표 변호사를 교체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장인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급’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은 변호인단의 대표를 송우철 변호사(55·사법연수원 16기)에서 이인재 대표 변호사(63·9기)로 교체했다.
일각에서는 1심 유죄 판결에 불만족한 이 부회장이 대표 변호사를 교체한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다수의 법조인은 재판부와 등급을 맞춘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변호인단에 대한 불만보다 오히려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임 이인재 대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으로, 이 부회장 사건의 재판부 재판장인 정형식 부장판사(56, 17기)와 동급 또는 이상으로 평가된다. 실제 대법원은 고법 부장판사를 각급 법원장으로, 임기가 끝난 법원장을 고법 재판부로 복귀시키는 인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직제상 공무원 1급 대우를 받는다.
1심에서 대표 변호인을 맡은 송우철 변호사 역시 같은 취지의 선임이었다고 평가된다. 송 변호사는 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고법 부장판사로 퇴직했는데, 1심 재판부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49·25기) 보다 높은 급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에 임하는 변호사들은 판사의 사소한 질문까지 저의(底意)를 고민하는 등 의뢰인에게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신경쓰는 부분이 상당하다”면서 “재판장과 비슷하거나 높은 연배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도 조금이나마 유리한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부와 비슷한 수준의 변호사가 변호해야 더 설득력이 있고, 반대로 재판부에 위축돼 변론에 실패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면서 “한 유명 로펌의 경우 1심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을, 2심은 고법 부장판사 출신을, 3심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내세운다”고 귀띔했다.
교체된 송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남는 등 2심 변호인단 구성이 1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태평양이 이 부회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평가도 상당했다. 이 부회장이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인정된 범죄사실에 비해 징역 5년의 형량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인단이 선방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재판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변호인단이나 개인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을 것 같다”면서 “변호인단이 신임을 잃었다기보다 무게감 있는 변호사를 보강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흐름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변호인단을 재판 결과에 따라 갑자기 교체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면서 “이 부회장은 기존 변호인단과 1심에서의 약점을 보강하는 방법으로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