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단지, 차·포 떼고 남은게 없는 '상처뿐인 영광'
재건축 정비계획안 조건부 통과…기부채납 확대·소형임대주택 등 서울시 요구 수용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사업장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이 사실상 통과됐다. 지난 2월 안건 최초 상정 이후 지난 7개월간 소위원회(3회)와 별도의 분야별 자문(3회) 등을 거친 뒤 나온 결과다. 그럼에도 조합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원칙 고수로 △광역중심 기능 도입 △정비기반시설계획(공공기여) △교통처리계획 △높이계획 등에 대해 조정을 거친 뒤여서, 업계는 차포 떼고 나니 남는 것도 없는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해석한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제16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정비계획안을 보류하고 수권소위원회로 이관했다고 7일 밝혔다. 수권소위는 경미한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이를 조율하기 위한 기구로, 조율이 끝나면 본회의 재상정 없이 마무리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보류 결정을 사실상 통과로 본다. 앞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역시 동일한 절차를 거쳐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바 있다.
도계위는 잠실주공5단지의 건축계획과 공공시설 도입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은 국제현상공모 를 반영해 정비계획안을 검토·보완한 뒤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계위 수권소위원회는 앞으로 국제현상공모의 대상·범위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문화시설·공공청사 등 기반시설의 위치·성격·기능, 송파대로·올림픽대로·잠실역사거리 공개공지 등 공공영역에 대한 지침 등을 논의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제현상공모로 세부적인 내용 등이 확정되면 정비계획 결정 이후 절차인 건축심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계위에서는 잠실역 인근 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는 것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잠실역과 인접해 있는 단지 남동 쪽에는 최고 50층으로 들어선다. 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35층이지만, 광역중심기능이 있는 준주거지역 건축물은 예외적으로 50층까지 허용해주고 있다. 대신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축 전체면적의 약 35%는 호텔, 컨벤션, 업무 등 비주거 용도로 활용돼 광역중심기능을 수행해야 된다. 조합이 정비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광역중심 기능을 대거 넣는데 공을 들인 것도 시의 이같은 요구사항 때문이었다.
또한 조합은 전체 부지면적의 16.5%를 기부채납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한강변 재건축단지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부채납은 공원, 학교, 한강 명소화를 위한 문화시설, 단지 내부 도시계획도로 등으로 활용된다.
조합이 가장 많은 양보를 한 부분은 임대주택 세대 부문이다. 조합은 공급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던 당초 계획안을 크게 양보했다. 최근 승인을 받은 한강변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인 602가구를 소형임대로 배정한 것이다. 이 사업장이 재건축되고 나면 전체 물량이 6401가구인데, 10가구 중 1가구 꼴로 임대가 들어서는 셈이다.
단지 내 굴뚝 보존, 관통 도로 설치 등의 문제도 도계위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다. 도계위는 이번에도 역사보존을 위해 타워형 아파트 1개동과 굴뚝을 보존하는 쪽으로 권고했다. 굴뚝 보존여부는 향후 진행될 국제현상공모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 역시 단지 위에 지상으로 도로를 내야 한다는 도계위 요구를 조합은 이번 정비계획안에 반영했다.
정비계획안이 사실상 통과되면서 잠실5단지도 재건축에 한 발 더 가까워졌지만 이번 조건부 통과가 하락하는 시세 반등요소가 될지는 미지수다. 시 도계위에서 지적한 부분을 조합 측이 대부분 수용함에 따라 공공성이 향상됨과 동시에 조합 수익성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거듭된 안건상정 지연으로 잠실5단지는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와 내년부터 적용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모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노령의 조합원들은 내생애 안될 줄 알았는데 진행이 되는 것을 보고 기쁘다고 말한다"면서도 “조합에서는 통과라고 하지만 앞으로 국제현상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야 완벽히 통과가 되는 것인데다, 전반적인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번 일이 시세 상승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