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호 파워프라자 대표 “변화 주도하는 전기차 만들 것”
삶도 경영도 물 흐르듯…상용 중고차 전기차 개조 사업도 구상
지난 24일 가산동 대륭테크노타운 6차 가장 위충에 자리한 전기차 업체 파워프라자 사무실을 찾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복도에 주차된 0.5톤 전기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부연 설명 없이도 전기차 업체 사무실이란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파워프라자가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전기트럭 ‘피스’다. 한국GM 상용트럭 라보 차체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성호 대표(58‧사진)가 한쪽 구석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라고 반갑게 손짓했다. 직원들과 함께 현미경으로 손톱 밑 혈관을 관찰하고 있었다. 편한 개량한복 차림에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이 사업가라기보다는 도인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첫 만남부터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사상을 설파했다. 최고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거스르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 한단다.
김 대표의 전기차 개발과 친환경 선언은 노자의 상선약수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전기차가 완전무결한 친환경 차량은 아니지만 어쨌든 내연기관 차량보다는 훨씬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경영 역시 물 흐르는 대로 한다고 자부했다. 김 대표를 만나 그동안 중소 전기차 업체를 이끌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파워프라자에 대해 소개해 달라
파워프라자는 산업용 파워서플라이(변압기)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했다. 1993년 설립했다. 지금도 여전히 파워서플라이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2007년 친환경 선언을 하고 전기차 개발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매출은 여전히 파워서플라이쪽이 훨씬 높다. 전기차 사업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37대 팔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 비중을 전기차 쪽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총 3대의 라인업이 있다. 0.5톤 모델 하나 그리고 1톤은 두 종류 모델이 있다
1톤 트럭은 기아자동차 상용트럭 봉고3를 개조한다. 봉고3 엔진이 굉장히 좋다. 133마력이다. 전기차로 개조해 기존의 봉고3의 성능과 가격 수준을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전기차 개조 시 원래 내연기관 차량의 성능을 유지하길 원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는 기존 133마력 수준의 동력성능을 갖춘 피스 하이,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동력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한 피스 에코 두 모델을 개발했다. 2000만원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모터랑 배터리도 직접 개발하나
모터는 독일의 린덴사(社)에서 들여온다. 모터, 인버터, 모터 컨트롤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수입한다. 배터리는 엘지화학과 거래하는데 셀만 받고 모듈과 팩은 우리가 직접 만든다. 이외에 온보드 차저(배터리충전장치), 전자제어장치(ECU)같은 장치들은 우리가 직접 연구 개발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많은데 이 역시 대부분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다. 다만 아직 회사 규모가 작아 모터와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승용 전기차 예쁘자나의 상용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몇몇 전시회에 예쁘자나를 선보였는데 결과는 좋았다. 다만 중소업체가 전기 승용차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함부로 도전하기 어렵다. 단순 개발을 하는 것과 개발을 해서 양산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다만 기왕 시작한 거 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조금씩 상품화 단계를 의논한다. 고급스러운 내장이나 기능은 필요 없으니 전기차에 필요한 파워트레인만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큰 재산 안 들이고 할 수 있다.
중국산 전기 상용차가 수입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고민은 있을 것 같다
그런 고민은 안 한다. 우리는 회사가 작다. 또 중국산 전기차가 들어오면 되레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인력도 많고 돈도 많아 한국 전기차 산업 자체가 밀리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어떤 장점을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우리 회사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용 모듈을 잘 만드는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 중국에도 그런 업체가 드물 수는 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직접 부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다 보니 변화에 재빨리 대처하는 동시에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이 더 잘할 수도 있다. 그럼 어쩔 수 없다. 흘러가는 대로 놔둬야지. 노자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자연스럽게 가면 된다. 억지로 댐을 쌓고 가둬서 정화시킬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경영한다.
중소 전기차 업체를 이끌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피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과제들이 많았다. 과제에 참여하다 스윽 빠진 적도 있고 아예 참여하지 않은 적도 많다. 과제를 보면 비현실적이다. 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것들이다. 이런 거에 집착하면 괜히 나만 힘들다. 정부 과제로 실제 상품화된 것들이 없다.
전기차 정책에 아쉬운 점은 없는지
전기차도 완전한 친환경차는 아니다. 핸드폰에서 전자기파가 많이 발생한다고 우려하는데, 전기 모터는 그럼 전자기파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다. 내가 전기차를 만들지만 전기차가 얼마나 건강에 유해한 지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배터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폐건전지 활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 250만대 1톤 화물트럭이 운행 중이다. 어마어마한 배출가스가 나온다. 중고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환경 부문에서의 이익은 말할 것도 없다. 산업 쪽으로도 유망하다. 전기차 개조에는 배터리, 모터 등 전기적 부품이 다 필요하다. 개조산업은 지역 차량을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정비업체가 그걸 개조한다.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