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수익 늘고도 고용엔 인색

CEO스코어 조사결과…영업이익 47.9%↑ 고용 0.4%↓

2017-08-17     엄민우 기자
표= 디자이너 조현경
국내 30대 그룹의 상반기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급증했음에도 고용은 늘어나긴커녕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삼성, SK, 포스코 등이 수익이 늘었음에도 고용을 줄였고, 현대자동차 등은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도 고용을 늘려 대조를 보였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발표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실적 및 고용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53조12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17조1973억 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30대 그룹의 실적 호전은 반도체 부문이 주도했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03.8%(6조9289억 원)나 급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478%(4조4553억 원)나 늘었다. 두 회사를 제외하면 30대 그룹 영업이익 증가율은 20.5%(5조8131억 원)로 전체 증가율(47.9%)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사실상 반도체 사업이 성장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익 증가에도 고용은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기준 이들 업체의 직원 수는 96만3580명으로 전년 대비 0.4%(3415명) 줄어들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 3사가 8300여 명을 줄인 게 주요 원인이었다. 현대중공업은 무려 23%를 줄였고, 대우조선해양(18.6%), 삼성중공업(6.8%)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그룹별로 살펴보면 경영 상황과 상관없이 이익이 늘었음에도 고용을 줄인 곳도 상당수로 파악됐다. 삼성(영업이익 128.6%↑, 고용 0.4%↓), SK(85.4%↑, 고용 0.3%↓), 포스코(18.1%↑, 1%↓), 농협(61.5%↑, 2.7%↓), 신세계(1.1%↑, 4.6%↓), KT(1.3%↑, 2.6%↓), 한진(154.8%↑, 4.9%↓), LS(12.1%↑, 4.5%↓), 대우조선해양(흑자전환, 18.6%↓), 미래에셋(14.7%↑, 3.5%↓), 대우건설(178.6%↑, 5.1%↓), 하림(15.8%↑, 1%↓) 등 12개 그룹이 실적이 늘었는데 고용을 줄였다.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고용을 늘린 곳은 LG(영업익 108.1%↑, 고용 1.3%↑), 롯데(11.0%↑, 1.2%↑), 한화(36.5%↑, 0.6%↑) 등 8곳이었다. 반면 현대차(영업익 16.6%↓, 고용 0.9%↑), 금호아시아나(67.1%↓, 3.1%↑) 등 6개 그룹은 실적 부진에도 고용을 늘려 눈길을 끌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영업익 24.2%↓, 18.3%↓), OCI(3.8%↓, 6.7%↓)와 두산그룹(5.9%↓, 1.3%↓)은 실적과 고용이 함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