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틈새시장 이란…트럼프발 악재에 불안감 고조
올 중동건설수주 57.7% 이란서 올려…美 이란 추가제재 가능성 변수로
2017-08-14 최형균 기자
올해 해외건설 시장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는 이란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핵 협상을 부정하며 미국과 이란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재차 이뤄질 경우 해외건설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날까지의 올해 누적 해외건설 수주 총액은 176억6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70억6000만 달러)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10년새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비춰보면 양호하다고 보기 힘들다.
그나마 이란 시장이 얼어붙은 해외건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중동 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91억 달러에 이른다. 이란 시장 수주액은 총 52억 달러로 중동 지역 전체 수주액의 57.7%에 달한다. 지난해 이란에서 수주한 해외건설 총액이 47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보면 수주액이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 건설시장에서 수주한 액수가 커진 데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가 한몫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시찰을 거쳐 지난해 1월16일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됐다. 이후 이란에 해외투자금이 유입되면서 플랜트 발주가 늘어 국내 건설사가 혜택을 봤다. 올해 이란에서 대림산업이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 공사를 수주하면서 수주액이 급등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의 플랜트 설비가 상당히 노후화됐다. 다만 경제제재로 인한 외부 투자금 부족으로 정비공사 및 신규공사를 이란 측이 발주하지 못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조단위 공사가 발주돼 국내 건설사의 수주실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이란 시장이 재차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 뉴저지주 소재 골프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지난 2일에 이어 이란에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이란은 13일(현지시간) 자국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과 군사력 강화에 5200만 달러의 예산을 증액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더 강력한 경제제재를 이란에 적용할 경우 해외건설 수주업황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시장에 부정적인 변수로 떠올랐다”며 “하반기 이란 해외건설 시장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