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취향의 근접, BMW 4시리즈
쭉 뻗은 길보다 해안을 따라 도는 굽잇길에서 탁월…가격은 5800만원부터
BMW 짝수 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4시리즈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BMW가 추구하는 가치를 증명하는 차’로 2013년 이후 꾸준히 유지돼 온 4시리즈의 접근 장벽은 부분변경 모델에서 낮아졌다. BMW는 짝수 시리즈에 고집해 온 쿠페와 컨버터블 구성을 가져가는 동시에 세단의 특성을 반영한 그란쿠페를 추가했다. 지난 4년간 팔린 40만대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동안 BMW는 3시리즈, 5시리즈, 7시리즈로 이어지는 정통 세단 상품군 사이에 M2 쿠페와 같은 2시리즈, 4시리즈, i8 등을 엮어 BMW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디자인 변화 방향도 짝수 모델에 우선 반영했다. 다만 뉴 4시리즈는 전면 헤드라이트 모양을 기존 원형에서 육각형으로 깎아 날렵한 모습을 강조한 것 외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변화는 주행성능에 있었다. BMW는 뉴 4시리즈에 고성능 모델인 M4를 포함한 쿠페, 그란쿠페, 컨버터블 등 4개의 모델을 구축했다. 동시에 가솔린과 디젤 각각 2개씩 모두 4개의 엔진을 구성했다. 차이를 느끼기 위해 뉴 4시리즈 쿠페에 올랐다. 가솔린 모델인 420i 쿠페를 타고 부산 기장군 힐튼호텔에서 울산 간절곶을 돌아오는 100㎞ 구간을 달렸다.
BMW 뉴 4시리즈는 빠르지 않고 정확했다. 쭉 뻗은 길보다 해안을 따라 도는 굽잇길에서 드물게 4시리즈였다. 뉴 4시리즈는 고속화 도로를 둥글게 돌아 벗어나는 회전 구간에서 해안도로로 향하는 산길에서 두드러졌다. BMW 3시리즈보다 40mm 낮은 차체가 바닥을 단단히 붙잡고, 정확히 2바퀴만을 도는 스티어링휠이 날카롭게 곡선을 깎아 내는 덕이다.
운전석에 앉아 붙잡은 시트 조절 장치는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아래로 움직였다. 보닛 후드가 시야의 3분의 1을 채워도 아래로 움직였다. 차체가 도로에 깊숙하게 붙어 달리는 감각은 거짓이 아니었다. 뉴 4시리즈에는 그래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체 움직임에 불안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차체는 빠르게 회전 구간에 접어들어도 원하는 만큼 안정감 있게 내달렸다.
에코 플러스,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뉜 주행모드는 스포츠 플러스에 도달해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스포츠 플러스에선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마저 작동을 멈추고 운전자 우선 주행으로 변경된다. 에코 플러스에서 시속 100㎞ 주행에 필요한 엔진 회전수는 1400rpm가량이었지만, 스포츠 플러스에서 1800rpm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중력 지향을 해소해낼 만큼의 가속력은 없었다. 직렬 4기통 트윈파워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변속기 사이의 조율은 훌륭했지만, 2000cc 배기량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는 힘을 부족했다. 184마력, 27.6㎏·m이 나타내는 힘의 숫자도 강력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낌없는 힘의 사용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굽이길과 산길에 유용한 이유다.
가속페달을 밟는 발끝에 힘을 주는 일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브레이크는 스티어링휠 만큼이나 적확하게 운전자의 의도를 반영한다. 1600㎏에 달하는 공차 중량에 성인 남자 3명이 넓지 않은 내부를 가득 채워도 브레이크는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차체가 구동하게 도왔다. 또 브레이크는 ESC가 꺼져있음에도 주행 안정감이 줄지 않게 붙잡았다.
낮은 차체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노면 소음과 내비게이션 기능은 아쉽다. 새로운 내비게이션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했으나 반응 속도가 느리고 조작에 시간이 걸려 답답했다. 여름 더위에 맞선 에어컨 작동과 고속주행을 마친 연비는 ℓ당 7㎞에도 미치지 못했다. 뉴 4시리즈 쿠페 420i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1.1km이다.
뉴 4시리즈 쿠페 가격은 쿠페 엔진과 옵션에 따라 5800만원부터 6690만원이다. 컨버터블 7730만원, 그란 쿠페는 5800만~8450만원이다. 420i에 적용된 M스포츠 패키지는 쿠페와 그란쿠페에 관계없이 모두 58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