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공판 일주일 앞둔 삼성맨들, 각자 운명은?
승마 지원 깊게 관여한 박상진 전 사장 유죄가능성 커…재판결과 여전히 오리무중
결심공판을 일주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함께 재판받고 있는 삼성 5인방의 희비가 어떻게 엇갈리게 될지 주목되는데 각각 서로 다른 운명의 배를 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검찰간부 출신 법조인은 “삼성 재판 양상을 보면 운명공동체보단 각자 도생의 길을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음달 7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에 대해 결심 공판을 열기로 했다. 재판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번 주 일주일 내내 피고인 신문을 이어가는 마라톤 재판을 열 예정이다. 재판을 받는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부회장, 박상기 사장, 장충기 사장, 황성수 전무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듯하면서 다른 혐의를 갖고 있다.
일단 5명 모두 재판결과에 따라 같은 배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예상과 달리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을 비교하면 최지성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지성 부회장은 줄곧 비선실세 최순실 딸 정유라에 대한 지원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자신이 주도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정유라 지시와 관련 구체적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여겨져 무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조윤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아무것도 몰랐다는 주장을 인정받아 무죄판결을 받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충기 사장과 박상진 사장을 비교하면 박상진 사장이 황성수 전무와 함께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게 거론된다. 강신업 변호사는 “만약 유죄가 나온다면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통한 부분보다 정유라 승마 지원과 관련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무는 각각 승마협회 회장 및 부회장을 지내며 정유라 승마지원에 깊게 관여한 인물들이다. 박상진 전 사장은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관련, 최순실 측 박원오 승마협회 전 전무와 수시로 접촉했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최순실과 대책논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오 전 전무는 지난 5월 박상진 전 사장이 승마협회장에 취임한 뒤 정씨의 출산을 전후로 “정유라가 임신했느냐”고 질문해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삼성 측이 알려진 것보다 일찍 최순실 모녀 존재를 알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언이었다. 적어도 삼성의 말 지원과 관련해선 장충기 사장보다 박상진 사장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뇌물죄 문제가 불거진 부분이 승마지원 것을 감안하면 재단 지원을 주도한 장충기 사장은 상대적으로 좀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심공판을 일주일 남겼지만 아직 삼성과 특검 중 누가 웃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검이 결정적 증거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이 전개되는 듯 했으나 막판에 정유라 폭탄발언, 청와대 문건 증거 채택 등으로 삼성 측이 쫓기는 모양새다. 이 때문인지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판 중 실언을 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8월 넷째 주를 전후해 내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