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꾸밈 대신 핵심’ 택한 기아차 스토닉
1895만원으로 살 수 있는 디젤 SUV…실주행 연비 19㎞/ℓ
기아자동차는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다른 길을 가야 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이 2013년 이후 매년 85%씩 성장했고, 지난해 기준 10만대 넘는 시장이 됐지만, 시장에 뛰어드는 기아차 모델은 없었다. 달라야 했고, 다른 중에 소형 SUV라는 공감대는 지녀야 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차보다 한 달 앞서 동급 경쟁 차종 코나를 내놨다. 혼란이 심화했다.
기아차는 소형 SUV 스토닉에 무엇보다 경제성을 강조했다. 소형 SUV라도 자동차라면 가져야 할 스타일,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방점은 경제성 찍었다. “소형 SUV 이후의 소형 SUV”를 선언한 코나가 1.6ℓ 터보 엔진에 헤드업디스플레이까지 고루 버무린 사이 스토닉은 나아감과 멈춤이란 차량의 기본에 천착했다. 꾸밈 대신 핵심이, 복잡함보단 단순함이 자리했다.
25일 가죽은 물론 직물조차 덧붙지 않은 스토닉 앞문을 잡아당겨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한 카페까지 왕복 150km를 달렸다. 현대차보다 조금 부족하게 꾸며질 수밖에 없는 기아차의 핸디캡은 적절한 조화로 부족함의 여파를 장점으로 키웠다. 가솔린 엔진 없이 디젤 단일 모델로 나온 스토닉은 1895만원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디젤 SUV다.
기아차 패밀리룩인 호랑이코 그릴은 닫혀 있다. 아래로 둥글게 뻗은 전방 범퍼를 지나야 공기 흡입을 위한 하단 그릴이 나온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열전달이 늦어 하단 그릴만으로 냉각은 충분하고 겨울철엔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기아차 정비 전문가의 설명이지만, 낮게 깔린 하단 그릴은 디젤차 같지 않았다. 그래서 전기차 또는 세단과 닮아 있었다.
기아차가 2008년 쏘울을 내놓을 당시 쏘울의 최저 지상고는 165mm였다. 크로스오버차량(CUV)의 가능성을 입증키 위한 노력이었고 기아차는 승용차처럼 타고 내리기 편한 새로운 차량이라고 했다. 그러나 판매에 실패했다. 당시 쏘울의 지상고는 대형 세단 오피러스와 같았다. 기아차는 쏘울의 지상고를 높여 SUV로 전향했고, 스토닉은 쏘울과 유사한 지상고를 지녔다.
덕분에 스토닉은 도로에서 낮았고, SUV 같지 않았다. 급제동이나 급선회 시 차량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차량 자세제어 시스템까지 더해진 스토닉은 아무래도 세단이었다. 스토닉에 탑재된 U2 1.6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30.6kgf·m의 힘으로 민첩하진 않아도 묵직하게 차체를 밀었지만, 낮게 깔린 시트는 안정감 있게 운전자를 붙잡았다.
다만 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노면 소음은 여전했다. 티볼리처럼 ‘덜덜’댔고, 코나처럼 ‘웅웅’댔다. 차이는 연비에 있었다. 주력 모델이 가솔린인 코나와 비할 수 없고 티볼리보다 ℓ당 2.3㎞를 더 달릴 수 있다. 스토닉 공차중량이 티볼리보다 최대 300㎏까지 가벼운 덕이다. 7단 DCT 변속기가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정부 공인 연비는 ℓ당 17㎞에 달한다.
고속도로에 올라 시트 포지션을 손수 바로 잡았다. 스토닉 프레스티지 트림 풀옵션 모델에는 기아차의 첨단 주행 보조 기술인 드라이브 와이즈, 스마트 내비게이션, 선루프 등이 적용됐음에도 조수석은 물론 운전석까지 전동 시트가 없기 때문이다. 바짝 잡은 핸들 아래로 실주행 연비 19㎞/ℓ가 찍혀 있었다. 25일 오피넷 기준 2500원이면 38㎞를 달릴 수 있는 셈이다.
편의사양 부족이 아쉽지 않았다. 싸게 멀리 달리 수 있으면 됐다. 우수한 연료효율에 더한 안전사양도 경쟁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앞좌석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물론 전복 감지 커튼 에어백도 탑재됐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기술이 포함된 첨단 주행안전 패키지 드라이브 와이즈는 전 트림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토닉은 국내 디젤 SUV 중 유일하게 1900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1.6ℓ 디젤 단일 모델로 출시되며 디럭스, 트렌디, 프레스티지 등 총 3개 트림으로 운영된다. 판매가격은 디럭스 1895만원, 트렌디 2075만원, 프레스티지 2265만원으로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