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계 “외화 송금 시장 잡아라"
지난 18일 업무 허용후 최소 16개사 서비스 준비…물밑 경쟁 치열
외환거래법 개정으로 해외송금 서비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개정안이 지난18일 발효되면서 그동안 금융기관에게만 허용됐던 외화송금 업무가 핀테크 업체에게도 개방됐다.
핀테크 업체들은 앞다퉈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외화송금 서비스를 마중물 삼아 다양한 외환 관련 비즈니스로 확대할 심산이다.
25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가 추진하는 한국은행 외화전산망 접속을 지원하는 중계 시스템 연계를 신청한 회원사가 전일 기준 16개사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4일 하루만 4개사가 신청하는 등 핀테크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한국은행 전산망을 이용해 외화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자체 구축이 부담스러운 핀테크 업체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16개사 외화송금 서비스 신청
시스템 연계를 신청한 16개사는 외화 송금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자체적으로 한국은행 전산망과 연동한 업체들까지 고려하면 최소 수십개 핀테크 업체가 외화송금업 사업에 한꺼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핀테크협회 관계자는 “이미 신청한 16개사 외에도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핀테크 업계가 외화송금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협외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전 금융감독원에 외화송금업을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업체가 36개사다.
기획재정부는 연초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금융기관만 허용했던 외화송금 업무를 핀테크 업체에게도 허용했다. 외화송금 업무가 필요하다는 핀테크 업계의 요구가 계속됐었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등록하면 외화송금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금 20억원 이상 업체가 전산설비, 전문인력을 갖추고 1인당 건당 3000달러, 연간 3만달러에 한도 내에서 소액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핀테크 업체가 해외 송금업 신청을 하면 금감원 심의를 거쳐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핀테크 업계는 해외송금 원가를 낮추는 것이 초기 시장 진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수수료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 대비 1/10 수준의 외화송금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는데 핀테크 업체의 해외송금 수수료도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음달부터 서비스 본격화…승인심사 최대 20일 소요
법은 시행됐지만 실제 핀테크 업계의 해외송금업 개시 시점은 8월 초가 될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제도 시행 초기라 금감원이 심사 기간을 거의 채운 후에야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절차도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명 송금업체와 제휴를 통해 송금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본사 라이선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송금을 할 대상 국가의 라이선스를 모두 요구했다”며 “제휴업체에 서류를 요청했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신청은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외송금에 관심은 커지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많다. 핀테크 업계는 현재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시중은행들의 협조 부족을 지적했다. 핀테크업체들의 외화송금은 프리펀딩 방식으로 중개은행 문제에 부딪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프리펀딩방식은 돈을 해외 은행에 입금해 놓고 송금 요청이 있을 때마다 돈을 입금하는 방식이다. 은행은 송금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만 외화송금을 허용하고 있다. 송금사유에 ‘기타 자금거래’라는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들은 여러 핀테크 업체들의 송금을 기타 명목으로 허용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와 해결방안을 찾으며 업무 협의를 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프리펀딩 중개은행 문제는 외화송금 라이선스를 받는 시점에만 풀리면 되는 문제”라며 “금융당국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곧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핀테크업계의 해외송금업 진출에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간편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고 수수료도 몇천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며 “비대면과 대면영업이 가능한 은행에서 외화송금을 하면 자세한 상담도 받을 수 있고 기존에 해왔던 사업이라 사고 위험성도 적다”고 경쟁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