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워지면 작동 멈추는 르노삼성 車고장 진단기
기능저하 알고도 판매 강행…타사보다 최대 4배 비싸, 부담은 정비업체·고객에 전가
르노삼성자동차가 서비스 협력점 및 일반 차량 정비소(카센터)에 판매하고 있는 일부 자동차 진단장비가 일정 온도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은 저가형 진단장비로 쓰이는 소형 컴퓨터 레노버가 영상 5도 이상에서만 작동하는 한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판매를 강행했다. 사실상 겨울에는 제품의 보온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거기다 사용기간도 명시했다. 기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타사 제품보다도 가격은 비싸다. 그런데도 르노삼성은 가격 인하나 제품 교체 등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르노삼성 정비를 맡고 있는 직영정비업체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싼 사용료를 떠안게 되는 르노삼성 직영정비업체의 부담은 소비자에게로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된다. 르노삼성이 타 국내 완성차업체와는 달리, 직영정비업체에만 자사 차량 정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고객들이 일반정비소를 찾아 정비를 받을 수 없는 탓이다.
24일 자동차 정비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이 판매하는 저가형 진단장비는 영상 5도 이하에서 부팅이 안 되거나 작동이 멈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르노삼성이 저가형으로 판매하는 진단장비는 온도에 따른 이용 제한에도 불구하고 5년 사용에 515만원을 구매가격으로 내야 한다. 온도에 따른 이용 제한이 없는 고가형 진단장비는 8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르노삼성을 제외한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4개사 진단장비는 사용 기간 제한 없이 200만~3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르노삼성 각각 515만원과 847만원으로 저가형과 고가형으로 진단장비를 나누고 5년이란 사용 기간 제한까지 두고 있다. 또 르노삼성 진단장비 이용을 위해선 매년 76만~176만원에 달하는 기술지원료까지 내야 한다.
자동차 진단장비는 차량 정비에 앞서 고장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이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차량 정비소가 르노삼성 차량에서 나타난 부품 고장을 맨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보니, 소비자는 무상 수리 보증 기간이 지나도 일반 차량 정비소보다 수리비가 비싼 직영 정비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탓이다.
결국 르노삼성 자동차 정비를 위해선 저가형 진단기라도 구매해야 하는데, 르노삼성 진단기는 저온 시 작동이 안 되는 한계까지 지닌 셈이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저가형 진단장비인 레노버가 가진 한계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협력점 및 일반 차량 정비소에 진단장비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에 저가형 진단장비 레노버 납품 및 고장 수리를 담당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 로버트보쉬코리아 관계자는 “진단장비 사양과 관련해선 르노삼성이 레노버와 직접 계약했는데, 계약 당시 레노버가 사용 한계를 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쉬코리아가 담당하는 부분은 진단장비 납품과 고장 수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저가형 진단장비 판매에 나서면서 영상 5도 이하에서 작동이 멈추는 문제에 대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는 게 정비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에 있는 한 르노삼성 서비스 협력점 대표는 “겨울이면 르노삼성 저가형 진단장비를 옷가지 따위에 꽁꽁 싸매거나 출근 이후 한참 동안 공기를 데운 이후에야 사용한다”면서 “관련 고지를 접한 적은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3월 일반 차량 정비소의 범용 고장 진단기를 사용을 위한 데이터 프로토콜 제공 시행규칙을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이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르노삼성은 진단기 구매 없이도 고장 부품을 확인할 수 있게 돕는 데이터 프로토콜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지 1년여가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프로토콜은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통신 규칙으로 차량 작동 기반인 전자제어장치(ECU)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필수 정보다. 조헌종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자동차 ECU는 자동차가 구르고 멈추는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장치로 ECU를 확인하지 않으면 고장 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