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시장 ‘중고가’ 경쟁 격화에 삼성‧하이닉스 활짝
‘準프리미엄’ 출시 늘면서 D램 탑재용량↑…3위 마이크론 악재도 반사이익 될 듯
애플, 삼성전자, LG전자가 모두 출격하는 스마트폰 대전이 다가오고 있다. 고가와 저가로 나뉘던 시장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이 중간에 자리한 ‘준(準) 프리미엄’을 노린 각 업체의 신제품들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런 움직임에 국내 반도체업계는 반색하는 모양새다. 새 스마트폰의 중심이 저가에서 중가로 옮겨가면 D램 탑재 용랑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D램 업계 1~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들 업체는 3위 마이크론에 불거진 악재로 인해 반사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8월부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 애플 아이폰8이 연이어 출격한다. 빅뱅이 다가오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갤노트8이 100만원대 초반, 아이폰8은 120만원 이상, V30은 9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와중에 눈길을 끄는 건 라인업 다양화다. 관심거리는 40만~60만원대 중가폰 간 경쟁이다. 앞서 이달 14일 삼성전자는 SK텔레콤 전용으로 5.7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 A7(2017년형)을 내놨다. 출고가는 58만8500원이다. 기능은 준프리미엄 수준이다. 갤럭시 A7은 갤럭시 A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 홈(Bixby Home)이 탑재됐다. 또 삼성페이 등 편의기능도 갖추고 있다.
LG전자도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는다. 40만원대 제품인 Q6와 LG Q6+를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다. Q6와 Q6+ 모두 LG전자가 G6에서 활용한 18대 9 화면비 풀비전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적용했다. 또 중가폰으로는 흔치않게 안면인식 기능도 탑재됐다. LG전자 측은 이를 놓고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제품을 들어 올리면서 얼굴을 비추기만 하면 잠금화면이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시장의 흐름도 이와 유사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7일(현지시간)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5%가 늘어난 16억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특히 눈길 끄는 건 글로벌 소비패턴이 저가에서 중가나 프리미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비용 제품보다 오래 사용할 제품을 찾는 기류인 셈이다.
로베르타 코자(Roberta Cozza)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중고가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도 프리미엄 기능을 보유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저가형에서 (중고가로) 옮겨가는 소비자들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업계엔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저가‧고가 구도에서 중가‧고가 구도로 변모하면 당연히 스마트폰 D램 탑재 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으로 불리던 스마트폰의 D램 용량은 2~3기가바이트(GB) 안팎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프리미엄을 표방한 제품들이 4GB를 갖추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준프리미엄 제품도 4GB를 탑재하고 있다. 40만원대인 LG전자 Q6와 Q6+의 RAM과 저장용량은 각각 3GB와 32GB, 4GB와 64GB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D램 평균 탑재량은 2.2GB에 달했다. 2016년에는 1.8GB 안팎이었다.
반도체업계는 내년에 이 수치가 2.5~2.6GB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6GB D램 탑재에 나선 점도 이 같은 흐름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에 6GB D램을 탑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시장 흐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업황을 제공해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과 업계 말을 종합하면 현재 D램 시장 점유율 구도는 삼성전자 45~48%, SK하이닉스는 26~28%, 마이크론은 19~21% 안팎에서 큰 변동이 없다. 시장분석가들이 5:3:2의 구도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3자 과점 체제다.
이 와중에 마이크론에 악재가 닥쳤다. 이달 초 D램익스체인지는 마이크론의 대만 자회사인 이노테라의 D램 공장 일부가 가동이 중단된 탓에 생산량이 월 6만장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량 감소분이 최소 월 1만 5000장에서 최대 7만 5000장에 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공급에 문제가 생겨 D램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곧 스마트폰 대전이 다가오는 걸 감안하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강력한 호재가 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업체들마다 스마트폰 D램 탑재용량을 늘리고 있다. 하나의 흐름이 형성된 까닭에 분위기가 계속 달궈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구애하는 손길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생했던 이노테라의 생산 차질 영향으로 업계 내 D램의 재고가 더욱 낮아졌다”며 “3분기 D램 가격의 상승 폭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