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서도 희비 갈린 삼성‧LG, 이유 뜯어보니
낸드플래시·OLED서도 웃는 삼성…LG는 스마트폰 부진에 디스플레이도 고민
스마트폰만 희비가 갈린 게 아니다. 부품시장에서의 서로 다른 선택도 양갈래의 방향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지난주 같은 날 2분기 잠정실적치를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얘기다.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와 중소형 OLED 덕에 요즘 매일같이 웃고 있다. 모바일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부품들이어서 앞으로의 전망도 장밋빛이다.
LG전자는 안 풀리는 스마트폰 사업 탓에 울상이다. 잘 나가던 LCD에 힘을 주다 중소형 OLED 투자에 한발 늦은 LG디스플레이도 두고두고 아쉬운 게 많다. 그나마 새로 투자에 나서면서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란히 잠정실적치를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거칠게 단순화하면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 LG전자는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잠정실적을 거둬들였다고 공개했다. LG전자는 2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조 5552억 원, 6641억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41.41%가 늘었고 LG전자 영업이익은 27.9%가 줄어들었다.
결정적인 차이는 물론 반도체 사업 유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을 등에 업고 고속성장세를 탔다. 2분기 영업이익 중 반도체부문의 기여도는 60% 안팎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양사 모두 갖추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부문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 S8 출시에 힘입어 IM부문에서도 3조 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LG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부문은 9분기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 상반기 내놓은 G6가 기대만큼 흥행하지 않은 탓이다.
범위를 스마트폰 관련 부품으로 넓혀보면 차이가 더 확연하게 난다. 최근 업계와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은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7000만대 이상의 플렉시블 OLED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출시되는 모든 신형 아이폰 모델에 OLED를 탑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8에 처음으로 OLED를 탑재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점유율이 97%에 육박한다. 애플을 뒤따라 OLED 채택이 늘수록 삼성디스플레이가 수혜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연결고리가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즈(DIGITIMES)는 10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8 탑재 목적으로 삼성전자에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에서 나오는 물량만으로는 공급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35% 안팎 점유율로 세계 1위다. 최근 평택 라인을 새로 가동하면서 과반 점유율을 향한 도정도 탄력을 받게 됐다.
눈길 끄는 건 중소형 OLED와 낸드플래시 모두 2~3년 전까지만 해도 각 분야서 ‘핵심 캐시카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그간 LCD와 대면적 OLED가 화두였다. LG디스플레이가 강세를 보인 부분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더 강세를 보여왔던 분야는 D램이다.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이 특징이 도드라진다. 두 업체는 D램 분야에서는 점유율 1~2위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1위와 5위로 격차가 벌어진다. 삼성전자가 D램을 키우면서도 낸드플래시 담금질도 계속 해왔다는 얘기다.
최근 부품업계 안팎의 관심거리는 OLED다. 최근 IT분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0년이 되면 전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OLED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현재 비중은 23.8%다. 3년 안에 두 배 이상 급증하리라는 전망이다.
여기서 눈길 끄는 게 삼성디스플레이의 움직임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중소형 OLED가 본격 각광받기 전인 지난 2013년 스마트폰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다. 이때부터 중소형 패널의 경우 OLED에만 집중한 셈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구미 공장의 OLED 생산라인을 조만간 가동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고민이 많다. 파주에 건설 중인 신공장에서 LCD와 OLED를 모두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히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단 LCD에서 올리는 수익이 아직 압도적이다. 손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추격전이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이점을 발휘하리라는 전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LCD 산업 탈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중소형패널 시장에서는 경쟁업체에 주도권을 뺐겼지만 대형 OLED 패널은 독점공급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중소형 플렉서블 OLED 패널 사업은 후발주자이지만 리스크 관리를 통해 적합한 사업모델을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