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말하다] 한국 e스포츠 부흥 이끈 스타크래프트

한국 게임사 한 획 그은 작품…내달 리마스터 버전으로 새롭게 등장

2017-07-08     원태영 기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이미지. / 사진=블리자드
한국 게임역사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스타가 출시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게임은 아이들의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스타 출시 이후 세상은 바뀌었다. PC방은 새로운 유망사업으로 각광받았고,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스타는 음지에 있던 게임문화를 양지로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타는 블리자드가 만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이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종족간 전쟁을 다루고 있다. 1998년 한국에 출시된 스타는 같은해 11월 확장팩인 ‘브루드워’가 출시되면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스타는 블리자드 특유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함께 높은 게임성으로 단숨에 국내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스타는 한국 게임시장 만의 톡특한 특징인 PC방 문화 형성에도 큰 기여를 했다. 스타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쏟아져 나온 실직자들은 소규모 창업으로 PC방을 선택했고, 이후 전국에 PC방이 차려지게 된다.

한국의 스타 사랑은 유별나다. 스타의 전 세계 판매랑 1100만 중 40%에 해당하는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스타가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끈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e스포츠 때문이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스타를 이용해 e스포츠 전성기를 열었다. 이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처음 등장했다. 임요환, 홍진호 등 연봉이 억대를 넘어가는 스타 프로게이머들도 탄생했다. 청소년들이 프로게이머를 선망의 대상이자, 장래희망으로 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스타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완벽에 가까운 종족간 밸런스를 들 수 있다. 스타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등 완벽히 다른 세 종족이 등장한다. 테란은 인간을 모델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투보병, 탱크 등이 등장하는 종족이다. 반면 프로토스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계종족이, 저그에는 흉측한 모습의 괴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세 종족은 외형만큼이나 플레이스타일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저그가 물량공세로 적들을 압박하는 방식이라면, 프로토스는 소수정예 유닛과 강력한 마법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국내 e스포츠 산업도 스타와 함께 성장했다. 매년 스타리그 대회가 개최됐으며, 결승전에는 수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지난 2004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10만명의 팬이 모여 전 세계를 유저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스타는 남녀노소 어른아이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스타의 인기도 경기조작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스타 경기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e스포츠업계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당시 최고 인기를 구사하고 있던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주도적으로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e스포츠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축구·야구와 같은 정통 스포츠 반열에 오르길 기대했던 e스포츠의 바람은 이 사건과 함께 물거품이 됐다. 아울러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몸 담았던 다수의 프로팀들이 해체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다.

특히 e스포츠 인기에 힘입어 창단된 공군 프로팀마저 해체되면서, e스포츠 선수들의 병멱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던 유일한 희망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스타크래프트2 출시로 인한 협회와 블리자드간의 중계권 갈등도 스타 프로리그를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부터는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리그가 진행됐으며 2012년부터는 스타2로 종목이 전환됐다.

그러나 스타2로 바뀌면서 팬들의 관심은 점점 스타 프로리그에서 멀어져만 갔다. 기존 스타와는 확연히 바뀐 게임에 다수의 팬들이 떠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2012년부터 ‘리그오브레전드(LOL)가’ 본격적으로 e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면서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온통 LOL에 집중됐다.

결국 지난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2003년 3월을 시작으로 2016시즌까지 14년 동안 지속됐던 팀 단위 e스포츠 리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전병헌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적인 e스포츠 후원 중단, e스포츠 승부조작 등 프로리그 운영의 위기 속에서도 제8게임단 위탁 운영, 해외 연합팀 참여, 비기업팀 프로리그 참가지원 등 프로리그 지속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하지만 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는 지속적인 참가팀 축소와 선수 부족, 리그 후원사 유치 난항, 승부조작 사건 등 더 이상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찾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라고 프로리그 운영 종료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스타의 인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1 리그가 다시 개최되고 있다. 특히 블리자드가 다음달 15일 스타 리마스터버전을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유저들의 관심은 다시 스타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역시 학생 시절 스타 리그를 즐겨보곤 했다. 특히 매해 결승전 경기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던 명경기들은 지금까지도 가끔씩 머리 속에 떠오른곤 한다. 스타는 하나의 추억이자 국내 게임산업에 있어 상징과도 같은 게임이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 발매를 기점으로 스타가 다시한번 국내 e스포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