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계 자율주행기술, 질 너무 낮다
대부분 레벨1,2 수준 그쳐 주요국 레벨 3,4와 대조…특허 분쟁시 막대한 비용 치를 우려
국내 완성차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의 자율주행차 기술이 주요국에 비해 뒤쳐져 특허분쟁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보유한 특허 수는 많지만, 핵심 기술은 적은 탓에 특허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현재의 기술 격차가 막대한 특허료 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6년 발간된 톰슨로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국내 완성차 및 ICT 업체는 자율주행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특허 등록 건수는 약 1000건으로 전 세계 4위에 올랐다. 토요타가 2000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보쉬와 덴소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특허 출원 건수와 기술력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자율주행기술 특허는 자율주행 레벨 1,2 단계에 집중돼 있다. 이에 반해 구글 등 자율주행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들의 특허는 주로 레벨 3,4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기술 시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레벨 3,4 단계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3년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0~4까지 5 단계의 레벨로 정의했다. 0레벨은 100% 운전자가 제어하는 상태며, 레벨 1,2는 부분 제어, 레벨 3은 필요시만 운전자 개입 그리고 레벨 4는 100%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2015년까지 110개의 레벨 3,4 특허를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 수로 따지자면 타 업체와 비교해 적은 숫자다. 그러나 기술력에 있어선 오히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6년 자율주행기술 전문회사 웨이모를 설립한 이후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가 공개한 자율모드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웨이모의 자율주행기술이 타 업체들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모는 지난해 총 103만㎞를 자율모드로 주행했다. 이는 전체 주행의 97%에 해당한다. 또한 웨이모는 8250㎞마다 자율모드를 해제한 반면, 보쉬는 1.09㎞마다 해제해 웨이모의 0.0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자율모드해제란 자동차 운행 시 운전자가 불가피하게 자율모드를 해제하고 직접 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력이 뛰어날수록 해제 빈도가 낮다.
업계에선 이러한 기술력의 차이가 향후 막대한 비용 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에서 ICT 기술 활용도와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ICT 특허분쟁이 자동차 분야로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2014년 특허무역수지 적자 중 ICT 분야 적자가 전체의 74.6%를 차지했다. ICT 특허 적자가 자동차 특허 적자로 번질 수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10년 들어 특허전문회사(NPE)의 국내 업체에 대한 ICT기술 특허 소송 건수가 급증했다. 2010년 37건에서 2015년 108건으로 늘었다.
NPE가 국내 완성차 업체에 제기한 소송 건수도 늘었다. 2011년 21건에서 2012년 26건, 2013년 56건으로 늘었다. 2014년 다시 25건으로 줄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특허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 및 기관들이 원천기술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원용 소장은 “다행히 서울대가 개발한 스누버가 레벨 3에 완전히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레벨4와의 경계선에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역시 자율주행기술 레벨 4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 4㎞ 구간에서 아이오닉 야간 시험주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