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샵 쓴맛 본 일동제약, 신약 개발로 활로 모색

항암제‧치매치료제 등 후보물질 연구개발 늘어…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차원

2017-06-28     차여경 기자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까다로운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1분기 매출 하락세를 겪었던 일동제약이 최근 잇따른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에 돌입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지주사 전환, 유산균 특허 소송 등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은 일동제약은 올해 초 론칭한 온라인의약품샵 부진까지 겹악재에 시달렸다. 이에 일동제약은 항암제와 치매치료제 등 연구개발이 어려운 신약에 집중,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복안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최근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비용만 508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1%에 달한다. 지난 5월 시판허가받은 B형간염치료제 ‘베시보’가 대표적인 연구개발 성과물이다. 3000억원 규모의 B형간염 시장을 잡는 게 일동제약의 최종 목표다. 현재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의 비리어드가 이 시장을 독점 중이다.

표적항암제, 치매치료제 임상도 순조롭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신약 ​ID1201’은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IDX-1197​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일동제약은 올해 하반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과 연구개발 중인 IDX-1197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에서 특허도 취득했다. 일동제약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IDF-11774​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중장기 실적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체질 개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매출을 지탱하는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이 아닌, 자체 신약개발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얘기다. 일동제약은 일반의약품 아로나민, 지큐랩 뿐만 아니라 항생제, 비만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에서도 강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항암제나 희귀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제약업계 흐름과도 일맥 상통한다. 한미약품, 녹십자 등 매출 상위 제약사들은 적극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겪더라도, 치매치료제나 항암제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신약 개발은 개발부터 임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보건당국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자체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쓰기도 부담될 것”이라면서도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이나 다른 부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의약품이 성공하면 경제적인 면은 물론 인지도 측면에서 막대한 효과를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도 그동안 다른 제약사에 비해 출시된 신약이 적었지만 수년전부터 사업성, 성장성 측면에서 연구개발을 확대해왔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아로나민, 비오비타 등 일반의약품이 유명해서 일반의약품 중심회사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치료제 매출도 상당이 높았다”며 “최근 들어 연구개발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신약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시장성 등 문제 탓에 중도 포기하기도 해 성공한 신약이 적어보였지만 최근 베시포 성공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올해 2분기부터 매출이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샵 재고조정과 전문의약품 매출 성장으로 영업이익이 50억원대로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일동제약은 올 1분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올해 2월 열었던 온라인 의약품쇼핑몰 ‘일동샵’이 예상 외로 부진한 성적을 낸 탓이다. 초기투자비용과 온라인샵 및 약국에 유통되는 재고들이 쌓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1분기 일동제약 매출은 10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었고, 영업이익은 31억원으로 67.9%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로도 70% 급감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초기 온라인샵에 재고가 쌓여있어 매출이 주춤한 것은 온라인샵을 열때부터 감안을 했었던 부분”이라며 “비단 일동제약 문제만이 아닌 온라인샵을 연 제약사들이 사업 초기에 겪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동제약은 소송과 지주사 전환 등 많은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4년 쎌바이오텍은 일동제약의 4중코팅 유산균 제조기술이 기존 기술과 차이가 없다며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올해 6월 특허법원은 일동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8월 일동홀딩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 등 지주회사 체제 분할도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