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한승희의 국세청, 최대 관건은 ‘정치 중립성’

여야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청문회서 “난 영혼있는 공무원” 답변

2017-06-27     이승욱 기자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 사진=뉴스1

“국세청은 집행기관으로서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는 답하기 곤란하다.”

27일 국회가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함으로써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가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한 답변 중 하나다.

한 후보자는 증세나 종교인 과세 등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는 정책이나 논란을 살 수 있는 정책 질의가 쏟아질 때마다 ‘국세청은 집행기관’이라는 이유로 답을 피했다.

애초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무난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한 후보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세무조사와 국제조세 분야 등에서 능력을 발휘해왔다. 덕분에 전문성은 별 난관이 아닌 듯 보였다.

개인 비리 등 도덕성 검증도 별다른 흠결이 없어 보였다. 이에 따라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는 다른 후보자의 청문회와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로 이어질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 한 청장의 인사청문회는 예상과는 달랐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도 공격적인 질의를 이어갔다.

야당 의원들은 국세청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약 재원 확충을 위해 무리한 세수 확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보냈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 목적의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세원 확보를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여당 의원들도 날선 공격을 이어갔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대우조선해양 세무조사 당시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세계일보 관계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던 전력이 문제가 됐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편법 증여 문제나 대기업 세무조사도 인사청문회에서 한 청장을 괴롭힌 주제 중 하나였다.

여야 의원 모두 공격의 내용은 달랐지만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데는 괘를 같이하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인은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한 후보자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세무조사 등 국세 행정 운영은 조세 목적 외의 요인으로 운영돼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라면서 정치적 목적의 특별 세무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야 했다.

이날 기재위는 종합의견을 통해 “(한 후보자는) 세무조사 및 국제조세 분야 등 국세행정 주요 어무에 대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춰 적격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면서 “고위공직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독덕성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보자의 보직경로가 주로 조사 분야에 집중돼 과거 수행하 세무조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세계일보 관련사 세무조사 등 “세무조사를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남겼다.
 

한편 지난 2년10개월 간 국세청 조직을 이끌어 온 임환수 국세청장은 28일 오전 10시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퇴임식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