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 주범은?…투기꾼 vs 공급부족
김현미 장관 '다주택 투기세력' 지목…"멸실가구 감안한 공급부족 탓" 반론도
2017-06-26 최형균 기자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일으킨 요인이 어디에 있는 지를 두고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김현미 장관이 취임하면서 “시장과열은 다주택자에 의해 주도됐다”는 발언을 던진 결과다. 다주택자가 중심이 된 ‘투기세력’이 시장과열을 주도한다는 주장과, 많은 멸실가구‧낮은 주택보급률 등을 근거로 서울을 중심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부족’이 원인이라는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김현미, "투기세력이 시장 과열 주도해"…다주택자, 29세 이하 주택 구매율 올라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투기세력이 조장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다주택자 등 많은 보유자본이 계층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재산증식을 위한 ‘투자’를 통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첫 포문은 정부가 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현 과열양상이 공급부족이 아닌 투기세력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5월 무주택자, 다섯채 이상을 지닌 다주택자들의 전년 동기 대비 주택 매매량 변동폭을 근거로 이같은 논리를 폈다.
김 장관은 “(시장과열이) 공급부족 때문이라면 실수요자들이 많이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5월, 무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주택자들도 마찬가지다”며 “(주택 구매율 상승폭이) 가장 두드러진 사람들은 5주택 이상 보유자였다. (5월) 강남4구에서만 무려 53%가 증가했다. 강남은 58%, 송파 89%, 강동 70%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강남4구에서 29세 이하 연령의 주택 거래량이 가장 높게 증가한 것을 토대로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24세 이하 연령이)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장관이 제시한 자료를 상세히 분석하면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었다.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주택소유별 전국 주택거래 증가율은 5주택 이상 보유자가 7.47%로 가장 높았다. 또한 4주택, 3주택 보유자들의 같은 기간 거래 증가율은 4.4%, 6.19%를 나타냈다. 반면 주거 목적이 우선인 ‘실수요자’라할 수 있는 1주택, 무주택자들의 거래 증감율은 1년 새 –1.71%, -6.02%로 되레 감소했다. 강남4구의 경우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 증가율이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50%를 웃돌았다. 반면 무주택자는 강남4구중 33%를 보였을뿐 한 자릿수 또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앞으로 국토부 부동산 정책이 투기세력의 수요억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을 시사하는 자료다.
반면 해당 자료가 ‘투기세력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는 근거로 인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달 강남4구에서 주택 거래량은 총 3904건이었다. 이중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량은 98건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무주택자, 1주택자가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83.53%에 이른다. 아울러 29세 이하가 지난 5월 구매한 주택은 130채 가량으로 전체의 3.33%에 불과하다, 다주택 소유자, 29세 이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만큼 일부 거래량 증가율을 근거로 김 장관이 ‘확대해석’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 장관이 취임 초기 부동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동력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이에 ‘투기세력’이란 명확한 적을 형성해 무리해서라도 통계를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일부 투기세력이 주택시장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은 분명하다. 고가주택이 대거 포진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되는 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 만성적 공급부족이 원인…시장과열 진정 위해 주택공급 늘려야
투기세력이 아닌 ‘만성적 공급부족’이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멸실가구, 주택보급률 등을 감안하면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과수요’ 상태에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내 주택보급률은 지역별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97.9%다. 아울러 서울의 경우 해당 비율이 96%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방의 보급률(106.5%) 대비 많게는 10%포인트(p) 부족한 수치다. 이에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과수요로 인해 부동산 과열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래 공급물량도 서울 및 수도권 주택 수요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을 100%로 맞추려면 총 35만채가 필요하다. 다만 서울 지역에 2019년까지 예정된 공급물량은 25만 가구에 그친다. 결국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 가격상승이 일어난다고 공급부족론자들은 지적한다.
도시재생 뉴딜 등을 통한 멸실가구를 계산하더라도 주요 지역에서 공급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시의 멸실주택은 2만5000여가구다. 이는 공급물량인 1만1200가구 대비 9400가구나 수급이 부족한 수치다. 아울러 2017년에는 6200가구, 2018년에는 2만2000가구, 2019년에는 1만6000가구 가량의 수급부족을 시는 예상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 등 신규 정비사업 등으로 해당 멸실가구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이에 수도권 등지로 과열양상이 재차 전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년 간 부산 등 경남권의 아파트 가격하락을 점친 분석 보고서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엔 이 지역 가격상승이 이뤄졌다. 이는 멸실가구를 연구기관들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며 “멸실가구를 계산 시 수도권의 경우 만성적 공급부족 상태에 있다. 이를 감안해 공급을 늘리는 부동산 정책이 이뤄져야 부동산 시장 과열도 진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