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빠진 車, 마케팅 종착역 된 카카오택시
한불모터스, 재규어 등 시승 이벤트 적극 활용…고객 접점 극대화
카카오택시가 시승 이벤트 개시 1년 만에 완성차 업체의 마케팅 종착역으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체는 차량 가격 인하 등 판촉 강화를 반복한 끝에 결국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시승 이벤트에 나서는 모양새다.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인 데다, 시승센터 운영을 위한 인건비나 임대료 등 비용이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브랜드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규어코리아와 한불모터스 등 2개 업체는 카카오택시에 총 5개 차종을 투입해 시승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달 19일부터 카카오택시와 함께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한불모터스는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푸조 3008을 투입하는 등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한불모터스는 13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로 지난해 4분기 기준 누적 콜수만 2억8000만건을 넘어선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고객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자동차 푸조·시트로엥을 국내에 공식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 역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불모터스 주력인 푸조는 지난해 국내에서 3622대가 팔리는 데 그치며 전년보다 48.3% 줄어든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어든 1408대에 그쳤다. 시트로엥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31대로 절대적인 판매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해 9월 카카오택시가 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와 소형 SUV 500X 시승 이벤트를 진행한 이후 카카오택시는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을 해소하는 효율적인 타개책으로 떠올랐다”면서 “당시 FCA코리아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 이용 후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지며 차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역할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FCA코리아가 시승 이벤트 진행 기간인 9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7일간 인스타그램에는 500X 시승 이벤트 관련 게시물 30여건이 게시됐다. 이어 페이스북에는 10여건 이상이, 네이버 블로그로는 22건에 달하는 시승 경험담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6대에 불과했던 피아트 소형 SUV 500X 판매량은 지난 9월 25대로 한 달 사이 56% 증가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는 차량을 원하는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100% 차량 필요 고객에게 차량에 대해 안내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배가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는 완성차 업체가 카카오택시에 시승 창구 이용료를 내면 승객은 별도의 택시비 부담 없이 시승 차량을 경험할 수 있다.
그동안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를 가장 많이 활용한 완성차 업체는 한국GM이다. 한국GM은 지난해 11월 소형 SUV 트랙스 투입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중형 세단 말리부를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에 활용했다. 이어 지난달 한국GM은 초기 품질 결함으로 판매 부진을 겪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를 가격 인하와 무이자 할부 등 판촉 강화 끝에 카카오택시 활용을 결정한 바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진짜 성능 좋은 차, 사고 싶은 차라면 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해 보는 것만큼 확실한 홍보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크루즈 핵심 구매층인 30~40대가 카카오택시 이용자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구매력이 큰 고객층에게 차량 직접 체험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를 여는 재규어코리아도 고객 접점 극대화를 위한 전략으로 카카오택시를 택했다. 재규어코리아는 지난 3월 진행한 중형 세단 XF 출시 10주년을 기념 최대 300만원 할인 및 세단 상품군 36개월 무이자 할부 지원 등 판촉으로 수요를 앞당기면서 4월 이후 판매량 확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에 대한 완성차 업체 참여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고자 논의 중인 완성차 업체가 많다”면서 “카카오택시 시승 이벤트는 일반적인 시승 행사와 달리 더욱 폭넓은 사람들에게 차량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완성차 업체 시승 이벤트와 함께 최근 앱 내에 광고를 붙여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광고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카카오택시에 광고를 들여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는 추후 카카오택시 전용 미터기를 도입해 결제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