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책금리 역전 초읽기…한은 연내 금리 올리나
미 추가 인상하면 한·미 금리 역전…한은, 자본유출·국내 경기상황 고려 인상시기 결정 예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기준 금리 격차가 사라졌다. 여기에 미국은 올해 하반기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한·미간 기준 금리 격차가 10년만에 역전된다.
한·미간 정책 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자본 유출 가능성을 살피되 국내 경제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에 맞춰 기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말해 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빠르면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 한국은행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기준금리 같아진 한국과 미국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4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 0.75∼1.00%인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 3월 0.25% 포인트 인상 이후 3개월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지난달 실업률이 16년 만에 최저치인 4.3%로 떨어지는 등 견조한 미국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노동시장 강세가 지속하고 경제활동이 올들어 양호하게 상승해왔다”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연준은 물가에 대해선 “연준의 중기목표치인 2%를 하회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연준은 설명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정책 금리 밴드 상단이 한국 기준금리 연 1.25%와 같아졌다. 여기에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올 하반기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게 되면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한·미간 기준 금리 역전은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았던 2005년 8월부터 2년간 국내 증권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19조7000억원 가량 빠져나간 바 있다. 더구나 시장에선 연준이 2019년까지 연 3회씩 총 7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속도는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 한은, 국내 경제 상황에 방점···“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가능성 커”
한국은행 대응 방안도 주목된다. 미국 기준 금리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는 까닭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정상화 속도에 주목하면서도 미국 기준금리만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 거시 경제 상황에 맞춰 통화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해도 곧바로 따라 올리지 않겠다”며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건 아니고 상황에 맞게 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미국 금리인상에 기계적은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자본유출도 중요하지만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통화정책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여러가지 자본유출가능성이나 이런걸 절대적으로 고려하지만 이와 함께 경기 불가 등 전반적인 국내경기상황 금융안정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기념행사에서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한 거시경제 연구원은 “한국 경제 건전성이 견조한 만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상황에 따라 자본유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며 “올해보다는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지만 만약 자본유출 상황이 국내 금융 안정을 해치게 되면 기준금리가 연내 인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이 총재 발언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를 앞두고 분위기 환기 차원에 가깝다. 따라서 당장 금리를 인상하기보다 경제 여건을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며 “여전히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최근 각종 심리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좋지 않았던 것을 되돌리는 수준이다. 아직까진 정상적인 회복경로나 성장경로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내년 상반기는 돼야 기준금리를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