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항암제 급여탈락, 해법 도출 골머리
환자부담 커져… 제약사 지원 및 급여절차 개선 시급
메디컬푸어(Meidical Poor)는 비싼 약값과 의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는 환자를 일컫는다. 아파도 돈이 없어 치료 받지 못하는 메디컬푸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의약품 건강보험 급여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암환자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단체와 학회에서는 고가 항암제 보험급여 문제를 꾸준히 요구하는 가운데, 급여 절차나 규제 또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약사 차원에서 약가를 내리거나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한국화이자제약의 유방암 신약 ‘입랜스’를 건강보험 비급여 품목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입랜스 급여 타당성 평가에서 해당 의약품 유용성과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효과 대비 비용을 고려할 때 급여 인정이 어렵다는 게 심평원 측 설명이다. 즉 제약사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다.
입랜스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됐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이 한 알에 21만원이다. 한 달 기준으로는 500만원 정도다. 비싼 약값에 유방암 환자들은 입랜스 건강보험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밖에도 급여화가 되지 못한 항암제는 다수다. 표적항암제인 한미약품 비소폐암치로제 ‘올리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치료제 ‘타그리소’도 급여 절차에서 발목이 잡혔다. 올리타는 임상시험 중 환자가 사망하면서 식약처 감사 결과를 진행 중이고, 타그리소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지 못해 ‘경제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3세대 면역항암제도 급여 절차가 진행 중이다. MSD의 ‘키트루다’, BMS‧오노약품의 ‘옵디보’는 지난달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상정돼 급여 적용이 논의되고 있다. 두 악품은 타당성 평가를 통과하고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환자단체와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급여 절차에서 ‘경제성 평가’가 항상 큰 장벽이라고 입을 모은다. 효능이 뛰어난 항암제도 비용 대비 외부 평가에서 감점되면 건강보험급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비용 대비 효과성을 논의할 때, 환자 투여 결과 등 ‘질적 평가’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은 “실질적으로 암환자들은 오랜 시간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인데, 우리나라는 전체 OECD 국가 중 항암제 급여 통과율이 낮다”며 “제약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약가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모든 약을 급여화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성평가 기준을 (상대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이 나서 약가 인하를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제약사들이 사회공헌차원에서 비싼 비급여 항암 치료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와 해외 약값을 다르게 책정할 경우엔, 심평원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3월 항암제 건강보험 급여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제약사들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비급여 약값 일부 지원이 아닌 무상 공급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암환자들은 한 달 평균 약값으로 700만~1000만원을 내고 있어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게 이유다. 성명서에 따르면 항암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는 601일 이상이 걸리며, 그 사이 저소득층 민간의료보험 미가입 환자 상당수가 사망한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 약가를 지원하거나, 사회공원차원에서 약값을 돌려주는 방식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오는 12일부터 입랜스를 투약하는 환자에게 약값 30%를 지원키로 했다. 한 달 기준 약 160만원 비용을 돌려주는 리펀드 방식이다.
이대호 한국임상암학회 기획위원장은 “보험 비급여 약에 대해 약값 지원, 무상 공급 등으로 환자를 지원하는 것은 제약사들이 사회적 공헌에 기울이는 노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급여 등재를 결정하는 심평원에서도 약가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병일 심평원 약제관리실 실장은 지난1일 약제 급여화 토론회에서 “경제성 평가는 기존 약제보다 효과가 높다는 것을 강조한 제약사들이 급여를 더 받기 위해 요청한 것”이라며 “긴 급여기간 등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성평가 제도를 개선하고 사후평가로 넘겨 급여 진입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