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부동산시장]③ 건설투자도 열기 꺾일 듯

부동산경기 하강 따라 위축 예상…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 불가피

2017-06-09     최형균 기자
이미지= 셔터스톡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아파트 분양 및 입주 물량 공급과잉은 건설투자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 호황에 기대 건설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경기 하강으로 인한 건설투자 위축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건설투자 위축이 건설사 업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설투자가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 지난 2년 간 부동산 경기 호황에 건설투자 급증

지난해 분기별 건설투자 증가율 / 자료= 한국은행
지난해 건설투자는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1.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1~1993년 당시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 조성 이후 25년 만에 기록한 역대 최대치다. 지난 2015년(3.9%)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건설투자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 경기 호황 결과다.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LTV‧DTI 완화, 재건축 연한 축소 등 정부의 잇단 규제완화 기조로 부동산 시장은 들끓었다. 일단 짓기만 하면 팔리기에 건설사들이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한 결과다. 건설투자를 이루는 항목인 주거용 건설 부문은 급증하는 건축허가‧착공면적에 힘입어 상승가도를 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허가 면적과 인허가 면적은 각각 1억7900만㎡, 1억4400만㎡로 통계가 작성된 이래 두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국내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바도 컸다.

◇ 건설투자 위축 조짐 뚜렷해져

하지만 최근 건설투자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 건설투자를 가늠하는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수주액은 18조84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수치다. 1분기 기준 지난 2년 간 (2015년 19조2300억원, 2016년 19조6000억원) 증가세를 보이던 건설수주액이 처음으로 하락했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시장 경기 위축을 우려한 결과다. 업체들은 주택 등의 건축사업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월별 기준 전체 수주액에서 주거용 건축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56%로 고점을 찍은 후 올해 1월은 48%, 2월 36%, 3월 38%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실제 올해 대형 건설사 대다수가 지난해 대비 분양물량을 축소한 상황이다.

건설투자 위축 조짐은 일부 지역에서 이미 확인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경북의 건설수주액은 2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가량 감소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2016년 한해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년 대비 1.25%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0.06%) 대비 높은 비율이다. 부동산 시장 경기 악화로 인한 여파가 건설수주 위축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해당 지역 건설사들의 수주난으로 인한 건설투자 하락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얘기가 나오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의 주된 먹거리는 주택사업이다. 문제는 각종 규제, 입주물량 공급과잉 등의 악재, 거시경제 경기 하강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결국 분양을 하더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자연스레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수주에 소극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기관들도 건설투자 위축을 경고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산한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평균내면 2.43%가 도출된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대비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아울러 이들 기관은 한결같이 "상반기 대비 하반기 건설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높은 건설투자 증가율(6.8%)이 하반기까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하반기 DSR 도입 전망… 건설투자 급격한 위축 막기 위해 '핀 포인트' 규제 필요해

하반기 들어 건설투자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LTV‧DTI 규제강화, 분양시장 악재 등과 함께 빠르면 연내 도입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주된 이유다. 현재 KB국민은행만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말까지 전국 시중행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주담보) 원금까지 부채비율로 산정한다. 이에 주담보 이자만을 부채비율로 잡는 DTI에 비해 규제범위가 넓다.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인한 주택수요 위축, 더 나아가 건설투자 하락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LTV‧DTI 강화 등 부동산 규제가 여럿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규제는 DSR이다. 주택 수요층의 자금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하반기 부동산 시장 경기 하강이 DSR로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건설투자 위축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한 ‘핀 포인트(정밀조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영금융연구실장은 “올해 건설투자는 상반기에는 높더라도 하반기에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공급과잉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나올 시 건설투자 둔화로 인한 경기위축도 우려된다”며 “서울 강남4구(서초‧송파‧강남‧강동), 부산 등 일부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한 국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