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중교통시설 연계 네이밍 경쟁 뜨겁다

지하철역·버스정류장에 이름 넣어 이미지 심기…서울 명동·종각·을지로 등 본점 밀집 지역서 선점 경쟁

2017-06-09     이용우 기자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사거리에 위치한 SC제일은행 본사 건물. / 사진=뉴스1
은행들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은행 이름을 새겨넣는 네이밍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민이 자주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에 은행 이름을 넣어 브랜드 이미지를 친숙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에 서울 명동과 종각, 을지로 등 은행 본점들이 밀집돼 있는 곳에 은행 명칭을 먼저 병기하는 네이밍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2일부터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뒤에 'SC제일은행역'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와 종각역 역명 유상병기 사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앞으로 3년간 종각역 안팎 승강장과 역명, 역 구내, 전동차 내부 노선도, 전동차 하차 음성 방송에 SC제일은행 이름을 내걸 수 있게 됐다.

SC제일은행은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주한 역명 병기 입찰계약에 참여해 지난달 19일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SC제일은행은 이번 종각역 역명 유상병기 사용으로 종각역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옛 제일은행 이름이 담긴 'SC제일은행'을 내세우고 있다. 고객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는데 힘쓰기 위함이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이번 역명 병기 입찰계약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종로1가 사거리에서 종로타워빌딩과 보신각과 함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보다 먼저 네이밍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은행은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은행 이름을 넣어 사용하고 있다. 3년간 기업은행 이름을 지하철역에 병기하면서 내는 사용료는 3억4000만원이다.

이뿐 아니라 기업은행이 올해부터 본점이 위치한 을지로2가 사거리를 'IBK 사거리'로 만드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서 택시를 타고 '뱅뱅사거리'를 가자고 하면 누구나 아는 것처럼 'IBK행 사거리'를 말하면 누구나 알게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2가 사거리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 / 사진=IBK기업은행
IBK 사거리 캠페인은 기업은행 본점 맞은편에 IBK파이낸스타워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시작했다. SC제일은행이 종로1가 사거리를 선점한 것처럼 기업은행도 을지로입구역부터 을지로2가 사거리까지 IBK기업은행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은행 네이밍 마케팅에 KEB하나은행 견제도 만만치 않다. 지하철역 역명 병기에선 기업은행에 밀렸지만 여전히 을지로입구역 버스 승강장 하차 안내 광고가 KEB하나은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신사옥이 완공되면 구 외환은행 본점과 하나은행 본점을 잇는 구역이 기업은행의 네이밍 마케팅 구역과 일치하게 된다. 이 구역에서 두 은행이 벌이는 랜드마크 각축전이 예상된다.

KEB하나은행은 을지로입구역 신사옥 1층에 시민광장과 공연장, 전시장 등 시민 전용으로 쓰이는 내외부 공간을 활용해 입소문 마케팅을 벌여 을지로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신한은행도 신한은행 본점 앞 버스정류소 이름을 신한은행 본점으로 운영하고 정류장 도착전 음성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은 지하철역 명칭에 은행 이름을 넣어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고객 선점 경쟁에서 생긴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