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징역형' 특검에겐 낭보, 이재용에겐 비보

“삼성합병 靑 압력 있었다” 특검측 주장 힘 받을 듯…이 부회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2017-06-08     엄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2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삼성합병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이 팽팽히 맞서던 뇌물죄 재판의 향방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8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문형표 전 장관 지시를 받아 삼성합병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아온 홍완선 전 기금운영본부장에게도 똑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문형표 전 장관이 삼성합병을 적극적으로 도왔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재판부는 “문형표 전 장관이 복지부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해 그 결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뇌물죄 재판을 치르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공갈 협박 피해자임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문형표 전 장관 재판결과가 이재용 부회장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 이 같은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삼성 합병 문제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 있어 결정적인 변수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거의 모든 재벌들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돈을 갖다 줬지만 특검이 유독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죄 혐의를 적용한 것은 삼성 합병 때문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을 독려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고 삼성은 그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 모녀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 특검의 논리였다. 

 

이번 문형표 전 장관에 대한 1심 판결은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을 도왔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문형표 전 장관 재판 결과는 팽팽히 맞서던 특검과 삼성의 법정 줄다리기 균형을 깬 첫 번째 사건이다. 5일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관련 폭탄 발언을 내놨지만 남한테 들은 얘기여서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곧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를 인정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일단 재판부가 문형표 전 장관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삼성합병에 찬성한 것이라고 밝히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특검은 문형표 전 장관이 삼성 합병을 독단적으로 종용할 마땅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이재용 부회장을 더욱 압박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 측은 계속해서 뇌물공여자가 아닌 피해자란 사실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모녀에게 돈을 준 것은 순전히 공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고 문형표 전 장관의 삼성 합병 종용은 이와 무관하게 발생한 것이란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이날 '국정농단'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25회 공판에 출석했다.